시
그 집 앞
햇살에 여문 땅도 풀렸지만
언젠가 슬픔이 고였던 그늘에서
비둘기 눈이 번쩍 모이 찾는
오독인가 비뚠 자모를 세우듯
낡은 철학 책
탈색으로 바랜 제목에서
향기는 말 못한 우물거림
입안은 감 탄닌처럼 거칠다
그 봄이 세상에 마구 뛰어 다닐 때
맥박이 뛰고 운동화 끈 조인
나도 출발점에 다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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