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힘 빠진 햇빛이 옷자락처럼 펄럭이다
산기슭 조릿대에 한 냥 남았다
살강의 희미한 실금이 앉은 쌍희(囍)자문 밥그릇에 고여든
하루가 염출한 허기
밀 익는 소리 들리는
새벽 같은 붉은 저녁은
저 멀리서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