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풍경

책향1 2015. 5. 24. 08:42

 

 

그을린 천정이 내려다보는 보리깜부기 어둠 속에서

삘기 색 밥풀이 눈물로 떨어지는

식어가는 재 위의 가마솥에서 붙인

시룻번 같은

어머니 땀자국 밴 침침한 무명 치마

뭐라도 삼킬 듯 아가리 벌리고 있는 아궁이

삽짝문에 누가 왔나 내다보는

복福자가 새겨진 금간 사발 몇 개와

간장이 반쯤 담긴 종지

살강에 삼베 보자기에 덮인 갓 삶은 보리밥과

소박하기 그지없는 행주는 말없이 졸고 있고

입술 닳은 조리 하나 녹슨 못에 걸려 있는 옆에는

기운 실밥이 도드라진 깨진 바가지와

이슥하도록 조청 저은 주걱도 서 있었다

어둠 속의 조화로움 모두 사라지고

따사로움은 식은지 오래

뻐꾸기 울어

보리 패고 강물을 이룰 쯤

늘 다가오는 살가운 내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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