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을린 천정이 내려다보는 보리깜부기 어둠 속에서
삘기 색 밥풀이 눈물로 떨어지는
식어가는 재 위의 가마솥에서 붙인
시룻번 같은
어머니 땀자국 밴 침침한 무명 치마
뭐라도 삼킬 듯 아가리 벌리고 있는 아궁이
삽짝문에 누가 왔나 내다보는
복福자가 새겨진 금간 사발 몇 개와
간장이 반쯤 담긴 종지
살강에 삼베 보자기에 덮인 갓 삶은 보리밥과
소박하기 그지없는 행주는 말없이 졸고 있고
입술 닳은 조리 하나 녹슨 못에 걸려 있는 옆에는
기운 실밥이 도드라진 깨진 바가지와
이슥하도록 조청 저은 주걱도 서 있었다
어둠 속의 조화로움 모두 사라지고
따사로움은 식은지 오래
뻐꾸기 울어
보리 패고 강물을 이룰 쯤
늘 다가오는 살가운 내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