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전야

책향1 2015. 3. 21. 08:52

 

 

내일 아이들이 소풍을 간다는데

용돈을 못 준다

누가 술집에서 나를 부른다

훤칠한 미인들이 즐비한 술집

어둠이 부끄러움을 막아주는 시간

풍만한 가슴에 퍼런 뭉텅이 돈을 찔러주는 사람에게

아이들 용돈을 좀 줄 수 없냐고 말하려다

용기 없는 나는 미인의 가슴만 구경했다

아이들 들뜬 소풍처럼

생판 낯선 여성의 가슴 구경도 소풍이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괜히 길바닥 빈 세제통이나 차며 돌아오던

전기가 끊기고 조각달이 뜬 그 밤

동사무소 앞에서 주운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으로

아비 행세 겨우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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