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 갔다 온 구두 밑바닥이
달그락 거린다
고향의 해 저문
신작로가 통째 묻어 있다
진주행 버스가 포플라 나무사이로 흰 먼지 날리며
가끔 나무 대문에 돌멩이를 던지던 소리
겨우 손바닥만 한 학교 운동장만 밟고
솔례마을 길을 걸었을 뿐인데
귀도 없는 구두가 소리를 어떻게 품었을까
뒤축이 기운 구두가 삭정이 같은 온몸을 지탱하고도
견디지 못한 황혼녘
타향에서 잘 들리지 않는 가문 고향 소리
어머니 부르는 소리, 목탄 논고랑 물 들어가는 소리
학교 앞 못 얼음 쟁쟁거리는 소리, 텃밭의 고추 익는 소리
초면의 구두가 득음한
구면의 나보다 더 생생하게
구멍 난 뒤축 안에서 달그락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