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구두

책향1 2015. 3. 21. 08:31

 

 

동창회 갔다 온 구두 밑바닥이

달그락 거린다

고향의 해 저문

신작로가 통째 묻어 있다

진주행 버스가 포플라 나무사이로 흰 먼지 날리며

가끔 나무 대문에 돌멩이를 던지던 소리

겨우 손바닥만 한 학교 운동장만 밟고

솔례마을 길을 걸었을 뿐인데

귀도 없는 구두가 소리를 어떻게 품었을까

뒤축이 기운 구두가 삭정이 같은 온몸을 지탱하고도

견디지 못한 황혼녘

타향에서 잘 들리지 않는 가문 고향 소리

어머니 부르는 소리, 목탄 논고랑 물 들어가는 소리

학교 앞 못 얼음 쟁쟁거리는 소리, 텃밭의 고추 익는 소리

초면의 구두가 득음한

구면의 나보다 더 생생하게

구멍 난 뒤축 안에서 달그락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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