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짤끼고

책향1 2014. 10. 27. 21:29

우짤끼고

우짤끼고

 

*이 시제는 노옥분 시인의 시, “우짤라꼬”에서 발상했습니다.

 

옷 벗어주는 하늘에

초저녁달이 처마에 걸려 있고

삽짝은 열렸는데

산 그림자 내린 댓돌 위

하얀 외씨 고무신

서늘한 텃밭에

시퍼런 무만 외로운

흙담 밑 서리 맞은 가을

그리움이 도질 것 같은

여인이 떠난 마당에

따라 가지 못한

귀뚜라미 소리

굽어버린 등 쓸어내리며

가슴 뻐근한 사랑 한 번 하고 싶다지만

우짤끼고

 

2014.10.27. 17;23 남해읍에서

 

우짤끼고

 

비 갠 후 지렁이 서넛

아스팔트 위에서 맨살로 낮은 포복 중이다

이목구비도 없이 세상을 살아가며

그늘도 없는 뙤약 빛 아래 뼈도 없는

실핏줄 같은 붉은 맨살이 투명하다

거친 세상에 피부가 따끔 거리고

육중한 바람에 온몸이 마르는지 모르고

다리 없고 눈도 없이

그늘은 멀기만 하네

길목에 왕개미 여럿 돌아다니는데

제집 제대로 찾을까

 

2014.10.27. 21;27 남해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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