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밥솥

책향1 2014. 10. 31. 09:42

 

 

가을이 되면 모든 피조물들이

아랫목도 없는 모퉁이에서

우두커니 작은 콩나물시루처럼 앉아서

혼자서 씩씩대다가

혼자 열 내다가

그만 풀 죽거나 익어 갔다

모든 과거는 흔적으로 남지만

그윽하게 순응하는

낟알들이 모여 찰진

가을의 흔적을 잘 유지하려는

봉인된 6인분 밥솥의 손바닥만 한 아랫목이다

지난날을 기억하며

홀로 선다는 건 스스로 중심을 잡는 일이고

이별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결실이 봄날같은 따스함을 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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