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밥 먹으러 갔다가

책향1 2013. 7. 13. 12:17

 

보리밥 먹으러 갔다가

 

길 건너 보리밥집에 점심 먹으러 가니

시커먼 꽁당보리밥이 아니라

허연 쌀에 먹줄 튀긴 밥을

길가에 떨어진 수박 조각에 붙은 개미처럼

핥고 있었다

하천부지 한 평 늘리려고 가슴이 나오고

땀에 젖은 삼베적삼 어머니가 소매 걷어 올리고

시렁에서 한 줌 덜어주는 시커먼 밥에

정신없이 파리떼로 달려들자

마디 굵은 손으로 받아주는 샘물에

냇가의 자갈이 내 머리를 친다

속으로 삼킨 울음에 허연 보리밥도 넘어가지 않았다.

 

2013.7.13 남해노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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