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밥 먹으러 갔다가
길 건너 보리밥집에 점심 먹으러 가니
시커먼 꽁당보리밥이 아니라
허연 쌀에 먹줄 튀긴 밥을
길가에 떨어진 수박 조각에 붙은 개미처럼
핥고 있었다
하천부지 한 평 늘리려고 가슴이 나오고
땀에 젖은 삼베적삼 어머니가 소매 걷어 올리고
시렁에서 한 줌 덜어주는 시커먼 밥에
정신없이 파리떼로 달려들자
마디 굵은 손으로 받아주는 샘물에
냇가의 자갈이 내 머리를 친다
속으로 삼킨 울음에 허연 보리밥도 넘어가지 않았다.
2013.7.13 남해노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