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진주 시외버스터미널 화장실에서

책향1 2013. 7. 8. 13:32

 

진주 시외버스터미널 화장실에서

 

 

오랜만에 대구 방문을 위해서 진주로 갔다. 진주 시외버스 터미널 남자 화장실의 대변보는 곳에는 아래 사진처럼 대변기 칸마다 자그마한 간판이 붙어 있다.

 

 

 

 

 

그중에 “화변기”라고 적혀 있는 곳이 있다. 화변기라는 말은 자주 사용하지 않는 말이라 금방 무슨 뜻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역시 시설을 한 사람들이나 관리자들의 탁월(?)한 식견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화변기를 아마 한자로 적으면 和便器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변기는 알겠지만 “和”는 무엇인가? 간단히 말하자면 여기선 일본이란 의미이다. 더 자세히 보면 일본 자신들의 미칭이다. 이 화변기는 일본변기란 의미이다. 꼭 번역해 쓰자면 왜변기고 우리말로 재래변기(쪼그려 앉는 변기)라 해도 좋다.

일본에서는 자신들의 문화에 대하여 자부심을 가지며 이 자를 붙이기를 좋아하는데 우리까지 이 말을 따라 쓸 이유는 없다.

이 “화”자와는 다르지만 땅을 파는 기계인 굴착기(掘鑿機)를 굴삭기(掘削機)로 장해인(障害人)을 장애인(障碍人)으로 쓰고 말하는데 익숙하다. 이들 단어가 일본식 이라 하면 놀랄 것이다. 어쩌면 자존심도 없는 말이라면 더욱 놀랄 것이다. 그 이유는 일본 상용한자에 포함되지 않는 글자를 일본어식 쉬운 동음이의어로 바꿔 쓰고 읽는다. 이런 사연도 모르는 우리나라의 거룩한 언론들이 따라 읽고 쓰니 일반인들도 그저 따라서 할 뿐이다.

“화”자는 화식(和食, 왜식 또는 일본식), 화과자(和菓子, 일본과자), 일본종교 창가학회(쇼가각가이)의 신문인 화광신문 등에서처럼 일본을 뜻하는 말이다. 이 화광신문을 풀어 쓰면 “대일본 빛 신문”이다.

그럼 和자는 어디서 나왔는가. 야마토(大和)라는 말에서 나왔다. 현재 나라현 일대에 있던 일본의 고대 국가 이름이고 일본을 뜻하기도 한다. 여기서 뒷 자를 취해서 일본인들은 일본의 미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SF 만화영화의 우주전함이 야마토이고 가미카제 특공대는 “야마토 다마시이”(대일본 정신) 라고 외치며 미군 함정에 돌진했다. 그런데 김시민 장군의 혼이 숨 쉬는 진주의 공용 화장실에 이런 이름을 갖다 붙이는 경우는 도저히 이해 불가다. 한글을 아는 일본인들이 보면 얼마나 우스울까.

아마 시설 설치자나 관리자가 쪼그려 앉는 변기를 보고 관련 서류나 전언을 듣고 그대로 적어 놓은 듯하다. 별 의식도 없이 아무렇게나 이런 왜색조의 말을 다중이 이용하는 장소에 내걸지 말아야 한다.

'우리말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다와 않다  (0) 2014.02.18
나가리와 뎃기리  (0) 2013.11.12
한글 그 위대함   (0) 2011.10.08
함바집이 뭐길래   (0) 2010.12.11
짜증나게 하는 신문의 오류2  (0) 2010.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