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유배사.日本 島流し物語

구운몽의 외국어 번역사례

책향1 2012. 2. 3. 10:35

 


 구운몽의 외국어 번역사례



이 글은 유배문학 연구에 도움이 되고자 구운몽의 외국어 번역 사례를 소개한다. 한국문학을 번역하여 해외에 소개한 사례는 미국 푸트남(Putnam)사에서 1889년에 출판된 구비문학작품집인『한국민담집Korean Tales』이 효시다. 구비문학과 구분되는 본격적인 문학작품의 번역은 스코틀랜드계 캐나다 출신의 선교사 제임스 게일(한국명 奇一)에 의해 1922년 영국에서 출판된 김만중의『구운몽(The Cloud Dream of Nine)』이 최초라고 한다.

이렇게 시작된 한국문학이 해외에 소개된 역사가 120여 년을 헤아리지만, 정작 본격적 소개는 1970년대에 국가 차원에서 추진되면서부터며, 한국문학의 세계화 작업은 겨우 40여 년밖에 안 된다. 일반인들은 최근의 한류 붐과 달리 한국의 문학작품을 해외에 알리려는 우리의 노력만큼 왜 만족할 만한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진다.

일본만 하더라도 세계에서 독자적이며 우수한 문화로 존중되고 있고, 이미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2명 배출한 바 있다. 1950년대부터 시작한 일본의 해외로의 문학 소개 정책이 비록 결실을 맺었다 하더라도 일본문화의 전반적인 수준이 한국보다 우수하다는 일반론이 성립될 수 없다면, 자국 문화의 해외 소개라는 측면에서 문화적 영향력 차이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게일이 구운몽을 번역하여 출간한 1922년은 조선에서 34년을 보낸 시기다. 게일의 구운몽 번역본은 당시 북미의 여러 대학에서 아시아 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권장도서로 혹은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구운몽이 아니면 읽을 수 없는 동양의 일부다처제 사회에서의 로맨스와, 동양 사상으로 대표되는 유교와 불교 그리고 도가 사상이 환몽구조 틀 속에 거침없이 섞여있으면서도 재미와 가르침을 동시에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원문 대역 『부남정기(附南征記)』합본으로 아오야나기 고타로(靑柳網太郞)에 의해 일어로 소개되었다. 아오야나기는 후에 일본어로 발행된 조선총독부의 기관지 경성신문사 사장이었다. 일역본으로 호소이 하지메(細井肇)가 세운 출판사인 자유토구사에서 펴낸 『통속조선문고(通俗朝鮮文庫)』시리즈로 출판되었다.

호소이는 1924년 봉공회(奉公会)를 조직하고 한국의 대표적인 고전을 번역 출판하면서 구운몽도 포함하였다. 일역번안본으로 고미야마 덴코(小宮山天香)의『몽환(夢幻)』이 현 아시히 신문의 전신인 동경아사히신문사에서 1894년 발간되었다. 일본에서는 이 작품을 구운몽 번안본임을 도외시하며 호소이의 창작 소설시 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11세기에서 18세기의 한문으로 쓰인 대표적 고전 문학 작품들을 모은『한국한문학선집』이 한국문학번역원의 번역·출판 지원을 받아 러시아의 유명 기페리온 출판사(Hyperion Publishing House)에서 출간되었다. 2007년 기페리온 출판사와 한국문학번역원이 함께 기획한 <러시아 고전문학 시리즈>는 러시아에서 한국문학의 연구업적을 집대성한다는 기치 하에 향후 5년간 고전문학 20종을 엄선하여 출판을 목표로 하였다. 지금까지 『패설문학선집』, 『18-19세기 중세소설(Ⅰ,Ⅱ)』에서 구운몽을 시리즈의 일환으로 출판하였다.

체코어로는 한국문학연구가인 M 뢰벤스타이노바( M Löwensteinová), 라드미르 푸첵 (Vladimír Pucek) 교수에 의해서다. 사회주의 정권 이후 북한 사상과 관련 도서가 많이 번역 되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우리 고전번역이 주를 이룬다.

체코에서 번역된 한국 작품들은 시기도 고전부터 현대에 이르기 까지 한국 문학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작품들을 번역하려 했으며 독자층 또한 다양함을 알 수 있다.

이미 1964년『Kim Man-džung』란 제목으로 출판사 Putování paní Sa na jih. Praha, SNKLU 푸첵과 1991년의 『Sen devíti z oblaků. Praha, Reflex』 1991. 25-32호에 연재된 뢰벤스타이노바 번역서가 대표적이다.

스페인어로는『El Suene de las Nueve Nubes』란 제목으로 나송주, 하비에르 코르티네스 교수에 의해 Hiperion 출판사에 의해 2007년 출간되었다. 2001년 이탈리아어로 번역되어 출판된 이래 프랑스에서 소개되게 되었다.

 프랑스어로는 『Le Songe des neuf nuages』란 제목으로 박전규, 즈비니예프 탐박 공역으로 메종뇌브(Maisonneuve & Larose)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이탈리아어로는 고교시절부터 한국에 관심이 많던 시칠리아 출신인 나폴리 대학 동양학과 마우리치오 리오토 교수에 의해 번역되었다. 그는 로마 국립대에서 동양고고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인 1985년 서울로 유학을 왔고, 한국인을 만나 결혼했다. Corea라는 옛 이름으로 책을 쓴 사람이다.

폴란드어로는『sen ufotny jak oblokf』란 제목으로 오경근, 토마스 인제이 리숍스키 교수의 번역으로 출판사 officina TUM에서 출간되었다.

 베트남어로는 『Cuu Van Mong』이란 제목으로 Social Science Publishing House 출판사에서 전혜경, 리 쑤언 쭝 교수의 번역으로 출판하였다. (사람과 책. 교보문고. 2008년 4월호 참고)

중국에서는 『九雲夢』 등 고전 4종을 번역한 웨이쉬청(韋旭昇) 베이징대 교수 등이 있는데 한국어에 능통한 웨이 교수는 1980년대부터 꾸준히 한국문학번역에 힘을 쏟고 있다. 이밖에 리투아니아어로도 번역되었다고 하나 필자가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우리 고전문학이 현대문학과 균형감 있게 외국에 소개할 필요가 있다. 일제처럼 통치를 위한 수단으로써가 아니라 우리 문화의 올바른 소개를 통한 국가 문화위상 제고를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2011년 3월 17일자 남해시대신문 27면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