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또 ‘아니면 말고’ 인가
SBS의 제갈성렬 해설위원이 24일 밴쿠버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0미터 경기에서 이승훈 선수의 금메달 소식을 전하면서 “우리 주님께서 허락하셨다", “주님의 뜻입니다”, “우리 주님께서 허락해주셔서 금메달을 땄습니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로 알려진 제갈 위원은 공중파 방송에서 특정 종교에 치우친 발언을 했다. 이후 그는 매일경제와의 회견에서 “너무 기쁜 마음에 저도 모르게 종교적인 발언을 했다. 정말 죄송하다”며 종교적인 발언에 대해서는 사과했다. 그러나 이런 사과에도 불교계와 네티즌은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웃 일본도 사정은 비슷하다. 여자 피겨 경기는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아직 ‘금메달 맛’을 보지 못한 일본에 마지막 희망이었다. 일본 열도는 24일 온종일 피겨 경기로 호들갑을 떨었다. 아사다 마오가 선전하자 TV 해설위원들은 “김연아 앞에서 완벽한 연기를 보여줬다. 너무 잘 탔다. 드디어 해냈다”며 스바라시이(굉장하다)를 연발했다. 73.78점이 나오자 아사다가 승리한 것처럼 흥분했다. 그러나 김연아가 완벽한 연기로 78.50의 세계 최고기록을 세우자 해설자들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전날 연습에서 김연아가 엉덩방아를 찧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줬던 일본 방송들은 그 몇 분도 참지 못했다. 스스로 아시아의 겨울스포츠 강국이란 자부심이 눈 녹듯 사라진 모습이었다.
당연히 그들이 아시아 최고가 아니라는 사실은 토요타 자동차 사건에서도 일견되는 모습이다.
진수희의원의 “어느 X"파문에서도 사실 진의원의 속내가 담긴 발언이고 누구를 욕하는 말인지 명확했다. 그러나 해명은 역시 일반론이었다. 그녀는 이혼을 주장하는 부부간을 가정했던 것임은 틀림이 없다. 대통령이 ”강도“론에서도 물론 그 대상은 박근혜 전대표가 아니고 뜻을 강조하는 의미였다. 하지만 농담이나 인용에서 그 시기나 분위기에서 그런 말은 누구를 지칭 하는지 담박에 알 수 있다.
이런 점도 적절한 은유가 아니고 사실 직설적인 쌍욕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그들이 공적인 자리의 대통령이고 국회의원이라는 점이 문제다. 그런 사림들 입에서 그런 쌍욕이 나오는 현실은 우리나라 정치 상황의 수준을 스스로 노정하고 있다. 정치적인 견해가 다르면 같은 여자한태 “년”이란 소리나 하고 “여왕벌”, “강도”소리나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발설자에게 따져 보고 싶다.
또 이런 일반적인 은유가 있는 욕은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변명할 수 있다.
이런 은유적인 욕들은 사실 아니면 말고 식의 아주 험흉한 사고에서 출발한다. 또 해명할 만한 여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대중이 어느 정도 부화뇌동도 하고 천박할 수 있다는 점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어설픈 언론들도 아니면 말고 식 기사를 내고도 관련 이해 당사자들의 항의에는 마지 못해 단 세줄 정도의 사과 기사만 적으면 된다는 사고와 일맥상통한다.
일본 언론이나 우리나라 정치인이나 해설자 모두의 공통점은 이런 발언을 하고서도 손해보다 득이 많다는 사고에서 출발한 것으로 필자는 판단한다. 나름 상식이 있는 분들의 막말 발설에 적절히 변명하고 나면 그 해명발언보다 자신의 말에 대한 영향력이 더 있다는 계산이 숨겨져 있다.
하지만 그들의 이해득실 계산에서 빠진 부분이 있다. 일반인들도 자신들만큼 사고력을 지녔고 냉철한 판단력의 소유자라는 점을 쉽게 간과했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일반인들도 막말의 진의를 판단하고 옳고 그럼을 잘 파악하고 있다. 자화자찬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그 얄팍한 계산을 미리 알고 있고 자신들이 손해라는 점을 미처 계산하지 못한 우를 범했다.
2010.02.25 11:14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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