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향의 세상읽기

르상티망이 판치는 사회

책향1 2010. 2. 4. 11:21

르상티망이 판치는 사회

 

“사촌이 논사면 배가 아프다”를 넉자로 말하면 르상티망(Ressentiment)이다. 풀어쓰면 약자의 질투에 해당한다. 철학자 니체의 약자나 패배자가 시기나 승자를 진정 인정치 않는 말이기도 하다. 최근 법원이나 검찰에서 거짓말 사범에 대한 단속이나 처벌 강화에 나섰다. 수사기관의 정당한 수사 활동과 법원의 공정한 재판을 방해하는 등 법질서를 교란하는 무고·위증사범에 대해 앞으로도 지속적인 단속을 할 예정이란다. 이는 2007년 이후 무고 사범이 폭증하는 현상에 대한 대증이다. 우리나라의 무고사범은 2007년 819명, 2008년 1144명이었다. 인구가 더 많은 최근 일본의 경우 무고로 기소된 사람은 전국적으로 단 2명이다. (윤평중.동아일보. 2009년 10월 16일 A34면)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00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기소된 무고비율은 일본의 1,483배다. 여기에 인구비를 고려하면 가벌성 있는 무고범행 발생률이 일본의 4,151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증도 마찬가지다. 기소된 위증 피의자는 일본의 240배, 인구비를 고려하면 671배에 달한다. (2005년 4월 10일자 내일신문 정재철기자)

이런 현상은 헝그리 사회를 넘어선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1998년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에 참가한 박세리는 2007년까지 LPGA 투어에서 20회 이상을 우승하는 활약을 펼쳤다. 2007년 6월에는 LPGA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으며, 같은 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명예의 전당에도 입성하였다.

박세리를 두고 비난이 이는 것을 보고『맞아죽을 각오로 쓴 한국, 한국인 비판』(이케하라 마모루. 중앙M&B.1999)에서 저자는 “영웅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사회가 이상하다”고 했다.

대단한 선수가 영웅이기보다 비난의 대상이 된 점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최근 피겨의 아사다 마오에 대한 일본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 재능이 있는 사람에 대한 평가가 우리와는 많은 다른 점이 있었다. 조용필이 일본에서 인기가 있을 무렵 일본 정통 시사잡지인 『분게이슌슈(文藝春秋)』에서는 “(지금까지 듣지 못한) 배에서 울려나오는 소리”라 했다. 우리 연예인들이 일본에서 공연할 때 곱게 접은 봉투에 격려금을 넣어 전해 주는 일본인들의 정성에 감동한다. 지금은 다르지만 연예인을 “딴따라”로 천시 하던 양반 풍속은 유능한 인재들을 어쩜 사장시킬지도 모른다. 레슬링 선수들의 일그러진 귀를 만지며 최고를 인정하며 부러워하는 풍토가 바람직하다.

니이체가 르상티망을 말할 때 감춰진 인간 본성을 잘 짚었을지 모른다. 어느 사회나 이런 류는 있기 마련이다. 질투심은 영웅을 죽이고 원한의 사회로 이끈다. 헐뜯기와 원한이 판치는 사회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다가올 희망보다 허물이나 들추는 사회는 사회 통합과는 먼 길이고 개인의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다. 그래서 선진국은 사회의 통합과 정의가 선명하다. 누구나 실력을 인정받고 그것을 자연스레 흠모하는 사회이길 바란다.

 

2010.02.04 11:21 남해 2010년2월 19일자 남해신문 15면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