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오래된 기와 담 밑에도
햇살은 기어들지만
빛깔로만 날 알린다
공평하게 받은 여름햇살에도
겨우 고추보다 싱겁고
잠자리보다 자유롭지 않다
그래서 쌓여만 가는
쓸쓸함으로
나무 밑둥치에 서로 부둥켜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