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사랑해요 보물섬 2005.01

책향1 2009. 9. 21. 23:22

보물섬2005년1월호 원고(김용엽) 

                     남해군의 납골 평장을 아시나요?

  지난 10월 7일부터 이틀간 열린 한,중,일 장묘문화국제심포지움에서 남해군의 납골 평장시책이 소개되어 참석자들의 많은 관심과 좋은 평가와 함께 전국의 지자체에서 많은 문의와 실무자들이 견학을 오고 있어 전국적으로 장묘문화의 시범모델이 되고 있다.

  노인 인구의 증가와 지역적인 특성에 따라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묘지난을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장묘문화 개선 방안으로 납골평장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장묘시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12월 15일 군내 고현면 갈화리에 군비 5000만원과 수요자 부담 1100만원을 들여 납골평장 시범묘역을 조성 준공식을 가졌다. 640여 평의 면적에 1천114기를 아치할 수 있으며 문중묘비 1기와 상석 1기, 쉼터 4개소를 설치하고 주변에 15종 500여 그루의 조경수를 심어 마치 도시지역의 공원처럼 만들어졌다. 이에 앞서 이미 군은 서면 연죽리의  공설 공원묘원에도 시범 묘역을 만들어 군민들을 상대로 현재 분양 중에 있다.

  이미 전국적으로 화장 희망률이 65%를 상회하고 있지만 오랜 전통적인 매장에 대한 친밀성의 완전한 해소는 아직 어렵게 보인다. 전국적으로 한때 권장하던 납골당이 부지나 경비 문제, 외관상 중압감을 주는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등 문제점이 부각되자 그 묘안으로 남해군이 지자체 중에서는 최초로 화장과 매장을 혼합한 형태로 여러 장묘방식의 장점을 잘 살린 납골평장이라는 획기적인 방법을 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납골 평장은 이름 그대로 화장한 유골을 나무함에 담아 봉분을 없애고 작은 눕힌 비(臥碑) 1개만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이 와비는 1기당 하나씩이 아니라 가계 단위로 4기를 사용해도 될 여분을 지니고 있어 기존의 화려하고 위압적이기까지 한 문중납골당을 완전 대체할 수 있는 절묘한 방식이다. 전통적인 일반묘지의 경우 5평가량이 필요하지만 납골평장은 1평에 4기까지 안장이 가능하여 묘지 소요 면적이 효과적으로 크게 줄어들 것이다.  

  특히, 2000년 1월 12일 ‘장사 등에 관한법률’이 시행된 후 자신의 토지에 설치하는 사설 묘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부쩍 높아져 토지에 대한 묘지 잠식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묘지공화국”이란 말이 유행한지가 벌써 오래되었다. 역사적으로 지역의 관습이나 사회지배 이념에 따라 삼국시대에는 화장제도가 주를 이루다가 매장 풍습이 고려, 조선시대에 이르러 풍수지리설과 결합하여 장례문화의 주류를 이루어 여건과 기회가 주어지면 개인 묘지를 호화롭게 조성하는 경향이 많았다. 이 결과 약 2000만기의 분묘가 전국토의 1%로 서울시 면적의 약 1.6배이고 전국공장 면적의 3배가 넘는 토지를 점유하고 매년 20만기 정도가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림의 훼손은 물론 경작지 감소 등 효율적인 국토의 관리상 그 심각성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매년 늘어나는 묘지로 인해 여의도의 1.2배가 잠식되고 매장에 대한 관습이 많이 변화한 현재도 1%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추세로 나아간다면 2050년 경 약 33000천기로 늘어나 전 국토 면적의 1.4%인 1,400평방미터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로 인해 묘지 공급이 한계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어 그 동안 화장과 가족 납골묘를 권장 보급하여 왔다. 

  같은 유교문화권이고 법으로 매장을 금지한 중국은 이미 화장률이 100%이고, 일본은 97%이다. 우리나라의 화장률은 아직 30%를 조금 상회하는 정도이다. 통계자료를 보면 화장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 이미 사회 저명인사들의 화장 유언과 어떤 여고 전체의 화장 선언이 있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권장되고 있는 납골당(묘) 역시 종국적으로는 개인 토지의 무분별한 사용과 남용으로 많은 문제성을 안고 있고 무분별하게 만들어진 개인 납골당이 주변 풍경과는 자연스럽지 않은 인공구조물로 많이 눈에 띠는 것이 사실이다. 기존의 산재하고 있는 분묘를 한 곳에 모아 조경과 기반 시설을 공원화함으로써 좁은 지리적인 특성을 감안하고 효율적인 묘지 관리나 청정 관광지 이미지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혐오 시설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접근하여 산보를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아늑한 공간으로 시대적인 조류인 화장과 전통의 매장 풍습을 모두 만족시킨 혁신적인 남해군의 납골평장은 여러 가지 장점만을 모은 절묘한 장묘 방식으로 많은 찬사를 받을 것이다. 

  군은 앞으로 신 개념의 장묘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올해부터 읍면별로 총 10개소의 시범 묘역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따라서 주변 공간과 잘 어울려진 새로운 장묘형태가 청정 남해이미지의 제고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전체의 장묘문화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효율적인 장묘 풍습은 저명인사들의 솔선수범과 일반인들의 협조로 많은 성과를 거두어 남해군이 전국적인 수범 사례로 널리 알려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