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자(國字)와 일본국자
인터넷에 “국자”를 검색하면 국을 떠는 일본제품인 국자 선전이 요란하다. 국자같은 자잔한 물건까지 일본에서 수입하는구나 라는 생각에 착잡하다. 과거 대일 무역 적자를 떠들 때 일본 관료는 한국의 회감용 생선, 광어 수입을 지적한 것을 보고 우스웠다. 오래전 한국이 쌀 수입을 일본에서 할 때 벌레 먹은 쌀을 수입하여 언론의 지탄이 된 적이 있다. 참 오래전의 이야기다. 요즘 사람들이 쌀이 남아도는데 수입을 했다는 말이 ‘전설’로 들릴 만하다.
쌀이나 국자만 일본에서 수입하는 게 아니다. 이름에 사용되는 인명용 한자도 일본에서 수입되었다. 문서의 전자화나 관리의 용이를 위해 인명용 한자의 제한은 물론 필요하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날고 기는 엘리트들이 모여 있을 대법원에서 정한 인명용 한자에는 완전 100%일본어, 일제 한자가 버젓이 등재되어 있다. 하기야 대통령도 일본에서 태어난 시대에 무슨 시비냐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아무래도 일제강점기 창씨개명이란 아픈 과거가 있는 나라에서 우리 스스로 왜식을 너무 좋아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렇지 않으면 대법원 나리들의 뇌에는 그냥 일만 편하게 하면 된다는 건지 일본인명용을 그대로 베낀 것은 아닌지 개탄스럽다.
새삼 일본어식 한자어를 모두 까발리고 지적할 수는 없다. 너무 많기 때문이다. 구로다 가스히로는 한 때 야구 용어 “포볼”로 인해 논란이 일었을 때 1루, 2루 하는 “루”도 일본에서 만들어졌는데 어쩔 것이냐며 비아냥 거렸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모두 언급하기가 어렵다.
자존심을 잃은 채 수 없이 무심코 쓰이는 왜식 단어를 예로 들어본다. 장애인(障碍人)이라 하지 장해인(障害人)이라 하지 않는다. 굴삭기(掘削機)라 하지 굴착기(掘鑿機)라 하지 않는다.
전자의 경우 “애”자와 “해”자는 일본에서 “がい”로 같은 음이고 의미가 다른 동음이의어다. 물론 후자의 “삭”과 “착”도 “さく”로 마찬가지다.
단어 자체를 바꾸는 것을 예로 들면 포기(抛棄(ほうき)라는 단어를 같은 음의 다른 한자 방기(放棄(ほうき)로 바꾸는 것이다. 그밖에도 시체(屍体(したい)를 사체(死体(したい)로 대체하였다. 위의 장애인이란 단어나 굴삭기 모두 그에 해당된다. 어려운 한자이거나 상용한자에 들어가지 않은 한자를 음이 같은 쉬운 한자나 상용한자로 바꿔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 어문 정책에 충실한 것도 우리나라 사정이고 언론들이다.
일본의 상용한자는 1981년 10월 1일 일본의 내각 고시 제1호 '상용한자표'(常用漢字表)에 의해 발표되었다. 이 고시에 따르면 '법령, 공용, 문서, 신문, 잡지, 방송 등 일반 사회 생활에서 사용할 때, 효율적으로 공통성이 높은 한자를 모아 알기 쉽고 소통하기 쉬운 문장을 표기하기 위한 한자 사용의 기준'을 제시한다고 한다. 총 1945자 이다.
교육한자는 초등교육과정 학습 대상에 포함되는 1006자이고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자가 939이다.
일본법령에서는 상용한자만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상용한자 외의 글자는 단어 자체를 바꾸거나, 상용한자 외의 글자만 히라가나로 쓰거나, 혹은 상용한자 외의 한자를 사용하되 처음 나온 한자에 대해서만 후리가나(루비)를 표기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우리나라의 국자, 우리나라에서 만들어 진 한자는 국자라 한다. 보통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되는 한자이고 일본국자는 일본에서만 사용되야 하는 일본어이지만 우리나라의 대법원은 엄밀한 의미에서 일본어를 인명용 한자로 버젓이 내밀었다.
그 글자가 바로"峠, 笹, 畑"이다. 일본에서는 이 세 자 말고도 주로 물고기 이름 등에 자신들의 한자어를 만들어 사용한다. 국내 컴퓨터 워드의 한자 사전에 음과 동시에 버젓이 실려 있는 글자이고 유식한 채 하는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글자이기도 하다. 하물며 필자의 지인 아호에도 "화전"(花畑)이라 하여 지적했더니 이해가 어려운 모양이다.
峠는 산을 올랐다가 내려간다는 의미로 고개라는 의미이고 도우게(とうげ) 로 읽는다. 笹는 작은 대나무 등을 총칭하는 말이다. 읽기는 사사(ささ)이다. 畑는 밭이라는 의미이고 하다케(はたけ)이다. 이 세 한자 모두 공히 음이 없고 훈으로만 읽히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어에서 음으로 읽으면 틀린다는 말이다. 음이 없는 이 말들이 인명에는 어떻게 사용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자발적인 창씨 개명이고 이름의 일본화라 할만하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국자 중 많이 사용되는 한자는 아래와 같다.
乫: 땅이름 갈, 垈: 터 대, 畓: 논 답, 乭: 이름 돌, 乶: 음역자 볼 비, 乷: 음역자 살,
倻: 가야 야, 串: 곶 곶 娚: 자매가 남자 형제를 부를 때의 호칭 남, 媤: 시집 시(중국·일본에서는 이 의미로 사용되지 않음)이며 모두 189자에 이른다.
우리나라 국자의 특징은 형상을 본 떳지만 음독만 하는 국어 특성상 한자어가 없는 말에 한글자모를 덧붙이는 경우가 많다. 아래의 한자들이 더욱 그렇다. 훈만 있는 일본 글자를 음을 붙여 읽을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이름이 金峠라 한다면 김도우게로 읽는 것이 맞고 김"치"로(고개 치자인 峙 대용으로 쓴 사례가 오래 전 부산의 도로 표지판에 있었다) 읽으면 틀린다. 물론 전립선을 전립샘으로 바꿔서 사용하는 바람직한 모습도 보인다.
우리 국자 즉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우리만의 한자이다. 대부분에서 순수 한글을 한자로 표기하는 데 사용되고 의미는 우리 말 그 자체이다. 컴퓨터 사정상 /가 있는 말은 두자를 위아래로 합쳐서 표기한다. 이중 영해지방의 의병장 신돌석 장군의 이름에 들어가는 돌(乭) 흔히 쓰이는 예다.
양국 모두 국자의 모양은 한자형식이지만 한자라기 보다는 한국어나 일본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ㄱ 艍(거), 巪(걱), 乬(걸), 㐦(걸), 迲(겁), (겁), 唟(것), 㐿(격), 碶(계), 侤(고), ?(고), 古/乙(골), 㐔(골), 蓇(골), 古/巴(곱), 蒊(곳), 廤(곳), 串(곶), 櫷(귀), 㐎(글), 怾(기)
ㄴ 娚(남), 莻(늦)
ㄷ ?(달), 畓(답), 垈(대), 襨(대), 獤(돈), 乭(돌), 堗(돌), 㐑乧(둘),
ㄹ 囕(람),
ㅁ 亇(마), (말), 唜(말), 馬/乙(말), 䰶(망), 䱩(망), 椧(명), 朰(몰), 乮(묠)
ㅂ (반), 环(배), ?(배), 苩(백), 㖱(뱀), 浌(벌), 䃼(복), 㶱(본), 乶(볼), 巭(부), 㖚(붓), ?(비), 榌(비), 㗠(비), 兺(뿐), 哛(뿐), 角/乙(뿔)
ㅅ (사), 橵(산), 厁(산), 虄(살), 乷(살), 㐊(살), 栍(생), 閪(서), 㵛(선), 鐥(선), 縇(선), 㐥(설), 䥹(설), 乴(설), 螦(소), (소), 乺(솔), 松/乙(솔), 㕾(솟), 稤(수), 䢘(수), 㴍(승), 媤(시), 篒(식), 伩(신), 㐘(쌀), 㘒(씻)
o 厑(앳), 羘(양), 㫇(억), 乻(얼), 欕(엄), 旕(엇),
ㅈ 啫(자), 橴(자), 䎞(작), 乽(잘), 㗯(잣), 欌(장), 硳(적), 猠(전), 岾(점), 䰳(정), 曺(조), 䆆(조), 㐒(졸), 㐍(졸), 䑸(종), 乼(줄), 㗟(줏), 嗭(짓)
ㅊ 乲(찰), 橻(추)
ㅌ 伲(탁), 㭦吐/乙(톨)
ㅍ 巼(팟), 闏(팽), 坪/乙(펼), 喸(폿)
ㅎ 兯(한), 乤(할), 呼/乙(홀), 乥(홀), 夻(화), 㢿(후), ?(후), 遤(우)
일본 국자를 소개하면 대충 이렇다. 미리 알아 두시면 자전을 힘들여 찾는 수고들 덜 수 있다. 재차 말하자면 외래어 표기를 위한 일본국자 외에는 음이 없고 거의 훈만 있다. 물론 음만 있는 것과 훈만 있는 것과 둘다 있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한자라기 보다 일본어이므로 우리 국어로 사용하면 안 되는 글자이기도 하다.
匂:におい(냄새), 辻:つじ(사거리), 勾 :こう비탈지다(고오바이 또는 구배라는 말로 비탈이라는 뜻임 . 이 글자는 훈이 없고 음만 있음)辷:すべる(미끄러지다),凪:なぎ(아침바다의 잔잔함), 凩:こがらし(초겨울의 건조한 바람),圸:まま(~대로),垈:ぬた(대지)이 글자는 우리 국자이기도 하다,匁:もんめ(무게단위 돈),凧:たこ(연), 込:こむ(들어가다),枠:わく(테두리),瓩:キログラム(킬로그램),迚:とても(대단히),俣:また(또),俤:おもかげ,俥:くるま(차),垰 峠:とうげ, たお(고개) ,栃:とち(나무이름),瓲:トン(무게단위톤),瓰:デシグラム(무게단위).
瓱:ミリグラム(무게단위),畑:はたけ(밭),竕:デシリットル(부피단위)竓:ミリリットル(길이단위),笂:うつぼ(허리에 차는 작은 화살통),粁:キロメートル(킬로미터), 畠:はたけ(밭),椛:もみじ(단풍),梺:ふもと(산기슭?)
喰:くう(먹다),塀:へい(울타리나 판자로 두른 담),椙:すぎ(나무의 일종),椥:なぎ(나무의 일종), 椨:たぶ(나무 이름), 椚:くぬぎ(나무 이름),椣:しで(나무에 다는 종이)働:はたらく(사람이 움직이는 모습),腺:セン(샘, 동물의 분비기관, 림프선, 전립선에의 선),榊:さかき(나무이름),膵:スイ(췌장),鋲:ビョウ(압정),錺:かざり(장식),錵:にえ(일본도의 잔무늬),颪:おろし(내림),躾:しつけ(예의),鮖,:かじか(미꾸라지),鱈:たら(물고기 대구),鮗:このしろ(전어),鴫:しぎ(도요새),鳰:にお(농병아리),雫:しずく(물방울), 麿まろ(인명용으로 만요슈(万葉集)등에 자주 나오는 인명 이고 이는 우리말 "마루"에서 간 말이고 이 이름이 붙은 사람은 모두 한국계이다. 마루는 산마루 등 꼭대기를 말하며 우두머리를 의미함),鰹かつお(가다랑어)등이 있다.
2009.09.10 14:12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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