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

책향1 2009. 9. 7. 21:01


 


온몸에 기름 묻은  전대를 차고

전어는 선소항 어귀에

와불처럼 모로 누워있다


가을을 읽고서 달관한 체

허공 바라보며 헐떡이니

요동치는 선혈 아가미와 담낭 움츠리는


아직 여린 몸으로

부끄러워 살구 빛 처녀 살 감추려고

제 뼈다귀보다 많은 역경을

추억 한다


사정없는 무딘 정지칼에

죽는 날까지 부관참시되는 가을

된장박치기 매운 풋고추도

은빛 추억 함께 한다.

 

소주 머금은 선창가 주객들 입담에

잔가지에 의지한 나약한 육체지만

신체발부수지부모한 신산한 삶이

다 발라내지 못한 살로

돈이 아까운 전어지만

죽어서도 씹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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