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빚은 옥음
왜왕의 마지막 옥음방송보다 미약하지만
작은 아지랑이 되어 인간 속살 어루만지니
심박 고동 우렁차게 하는 처연한 울음
달빛 속삭임으로 들려오는 영혼 품은 소리로
서늘한 가을밤 수놓은 정적 속의 고운 향기에
누른 벼 절로 고개 숙인다
꼭 물메기 눈만한 작은 구멍에서
한 없이 번져 가는 몸 낮춘 큰 소리는 만파식적
나무도 잠들고 바람이 머물게 하는 진한 살내음
달빛 타는 은율에 반해 그만
타향의 달도 흐느끼고
갈 길 잊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