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취기(刈取機)
예취기는 힘이 세다. 3년 묵은 갈대도 길가 코스모스도 그와 만나면 넘어간다.
그 강력한 반동에 내뿜는 숨도 거칠다. 인해전술로 저항하는 잔디 잎사귀 잘려나가도 저항 한마디 없다.
왼팔이 아프면 오른팔로 잡아도 돌고 도는 방향은 일정하다.
불청객 자갈을 만나면 불같이 화를 내고 순한 양들 음식은 열번 안 찍어도 잘도 넘어간다. 끈질긴 생명력 잡초의 힘도 역사책에만 있고 그 힘센 녀석 예취기는 빈틈이 없다. 그 시퍼런 날에 생명을 잃는 무수한 잡풀들이 나에게도 연륜이 있다 주장하지만 새로 산 신식 일제 혼다의 예리한 단두대는 가차 없다. 그가 양반 잡풀이든 몸이 잘린 방아개비든 달맞이 꽃이든 꽃말은 알 필요 없고 백 년 묵은 여우, 칡넝쿨 풍성함을 자랑하지만 허리가 잘려도 반항 한번 못한다.
강력 선파워 예취기는 무적이다. 덜덜 떨면서 잘도 돌아가고 가끔 사람의 심장을 겨냥한다. 그래서 새로 끼우는 시퍼런 칼날은 기요틴이다. 족보가 있는 양반도 벌벌 떨며 그 앞에서 오금을 저린다. 생사여탈권으로 예취기는 늘 시퍼런 날 새우며 노려보고 있다. 스러져 간 무스한 생명이 마지막 숨을 쉬는 오후 예취기는 잔인하게 큰소리치며 너른 광장의 잔디들을 대령하며 우월적 지위를 만끽한다. 청명한 날 잔디는 하늘 향해 독침 같은 잎사귀 쫑긋 세우고 단체로 농성 중이다. 그래도 중천의 태양은 서쪽 찾아간다.
2009.09.04 13:37 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