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경이

책향1 2009. 8. 9. 16:49

질경이


질경이는 노숙자다.

차 다니는 아스팔트에서도

옥상 위 콘크리트에서도

보도위에서도  틈만 있으면

정처 없어도 끈질긴 삶을 연명한다.


차비 한 푼 없이 깨진 소주병 사이에서

말라붙은 껌처럼 납작하게 몸 낮추고

떠나지 못하는 몸

 

뿌리 없는 족보랄까 봐

실한 인연을 대지에 박는다


비 오면 한 줌 목축임으로 자족하며

지나는 이 온갖 비아냥도

침묵으로 대응한다


배고파 일터로 달려가고 싶어도

질긴 발이 온 몸을 붙잡고

이파리 파르르 떨며 경기한다.


세파에 찢어지고 발길에 차인 날개지만

큰 발로 대지에 뿌리내리는 압정

 


바위도 이기는 내 아랫도리 힘으로

그대 뜰 안에서 사람답게  살다 죽고 싶다.

 

2009.08.09 16:49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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