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경이
질경이는 노숙자다.
차 다니는 아스팔트에서도
옥상 위 콘크리트에서도
보도위에서도 틈만 있으면
정처 없어도 끈질긴 삶을 연명한다.
차비 한 푼 없이 깨진 소주병 사이에서
말라붙은 껌처럼 납작하게 몸 낮추고
떠나지 못하는 몸
뿌리 없는 족보랄까 봐
실한 인연을 대지에 박는다
비 오면 한 줌 목축임으로 자족하며
지나는 이 온갖 비아냥도
침묵으로 대응한다
배고파 일터로 달려가고 싶어도
질긴 발이 온 몸을 붙잡고
이파리 파르르 떨며 경기한다.
세파에 찢어지고 발길에 차인 날개지만
큰 발로 대지에 뿌리내리는 압정
바위도 이기는 내 아랫도리 힘으로
그대 뜰 안에서 사람답게 살다 죽고 싶다.
2009.08.09 16:49 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