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
-언제나 그리운 달성군 현풍면 신마산 마을 정경-
마당위에 걸 처 둔 커다란 무쇠 솥에서
시커먼 부시깽이로 휘휘 젓던
흰 국수 익어 갈 때
파리는 웽웽대며 시렁 위 보리밥 찾는다.
세벌 매기 나락 논에
산 그림자 길어지면 둘이서 부르는 논매기 노래
구슬프다.
당산나무 밑 흰모시 옷에
배꼽 내놓고 자는 노인네
연신 부채로 쫓는 파리
자갈밭 땅콩은 오므라들고
오이나무 목메어 울부짖을 때
어제밤 타다남은 매케한 모깃불에
고개 끄덕이며 되새김질하는 황소
냇가 아이들 검은 옷 입히는
한 여름의 소리 없는 방문객에
빨랫줄 긴 그림자하고
고추 잠자리 맵시 자랑하니
흰 연기 내뿜으며 비포장 신작로 달리는
진주행 완행 버스 숨차 허덕인다.
2009.08.06 15:24 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