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

책향1 2009. 8. 6. 15:24

땡볕

-언제나 그리운 달성군 현풍면 신마산 마을 정경- 


마당위에 걸 처 둔 커다란 무쇠 솥에서

시커먼 부시깽이로 휘휘 젓던

흰 국수 익어 갈 때

파리는 웽웽대며 시렁 위 보리밥 찾는다.


세벌 매기 나락 논에

산 그림자 길어지면 둘이서 부르는 논매기 노래

구슬프다.


당산나무 밑 흰모시 옷에

배꼽 내놓고 자는 노인네

연신 부채로 쫓는 파리

 

자갈밭 땅콩은 오므라들고

오이나무 목메어 울부짖을 때


어제밤 타다남은 매케한 모깃불에

고개 끄덕이며 되새김질하는 황소


냇가 아이들 검은 옷 입히는

한 여름의 소리 없는 방문객에


빨랫줄 긴 그림자하고

고추 잠자리 맵시 자랑하니


흰 연기 내뿜으며 비포장 신작로 달리는

진주행 완행 버스 숨차 허덕인다.

 

 

2009.08.06 15:24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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