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치 피라미 노는 개울
다리발에 타다 남은 숯으로
"자나 깨나 처녀 조심, 자는 처녀 다시보자" 구호 밑에
그려진 나체 여인은 늘 다리 벌리고 누워 배시시 웃고 있다.
여름철 애 딸린 여자 노숙자가 찾아들고
영구마누라2) 찾아드니
다리 위 남정네들 낄낄거린다.
무서운 늑대이야기는 가슴 졸이는
전설로 다가오지만
소들도 풀 찾아 멀리 가고
세차하는 총각들 찾아든다.
겨우 옆집 밭에서 딴 들 익은 참외 하나로
물놀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아이들은 간 곳 없어도
검은 공장 폐수 잘도 흐른다.
자갈밭 한 뼘 키우려
쇠망탱이에 돌 채우던 어머니
여름 내내 뙤약볕에 삼베 적삼 다 젖었지만
새 물 홍수에 더 큰 돌 떠내려와 앉았다.
뒤집힌 채 땅콩이 떠내려 오고
죽은 돼지 밭 언덕에 걸쳐있고
낙동강은 붉은 물로 온 논 채우니
그제사 아이들은 연필 공책 챙기고 옆 동네 피난 간다.
하천부지 야금 야금 먹는
흰 연기 내 뿜는 염색 공장 들어설 때
바퀴 바람 빠지듯 떠나 버린 동무들
얼굴 희미하지만
아직도 노니는 몇 안 남은
기름치 네 작은 가슴 속에 남은 고향은
아무도 모를 거다.
작은 가슴 속은 늘 진한 슬픔으로 일렁거렸지만
혼자 간직한 아스름한 추억으로
못내 이루지 못한 꿈 스스로 안고
네 눈물 흐르는 것을
사람들은 여태 본적이 없다.
현재의 현풍면내 지동(못골), 대동(솔례), 신기 마을은 구한말 현풍군(현) 마산면이었고 필자의 고향 마을은 마산들 내에 새로 생긴 마을이란 의미에서 신마산이라 함.
2) 차천 동네 인근에서 오랫동안 부랑인으로 살던 어떤 여인.(원래 의사 “영구”씨의 부인이었다고는 하나 정신적으로 온전치 못했음)
2009.08.07 09:55 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