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상설시장 어물전

책향1 2009. 8. 6. 13:57

남해상설시장 어물전


어물전 물통에서 도다리 꼬리 친다.

널 부러진 나무 상자 안에서

아귀 힘없이 누워있다.

날 잡아 잡숴 할 여력도 없이

아줌마 흥정에 여념 없고

삶은 문어는 군침 나게 에스자 몸매로 유혹한다.

날 무딘 칼로 잡던 갈치가

빨간 고춧가루 묻어 나오고 순백 속살 내세우며

비린 맛 감춘다.

바다장어 꼬리로 포말 만드니

도다리 숨죽어 바닥에 엎드린다.

악다문 비밀 앞세운 대합

부드러운 속살 내밀 제

철든 꼴뚜기 미끈한 다리 자랑하고

눈알 튀어 나온 고등어가

험난한 여정 감추고 배시시 웃는다.

들려오지 않은 뱃고동소리 오래지만

여기 저기 망둥어 칼춤을 춘다.

너를 만나기 위해 질펀한

어물전 어슬렁거리는 그림자 길다.

매운 풋고추가 들어간 된장국 냄새에

감식이 비늘 같은 희망이 채워지고

바다는 어둠을 걷어내고

새로운 어둠 속 고기상자를 채운다.

고기 파는 아줌마 몸뻬에 묻은 전어 내장

담록색으로 말라붙어 겨우 한숨짓는다.

오늘도 닭 잡는 칼로 내동댕이 쳐지는

동태는 희멀건 눈알로 하품한다.

천길 물속은 아니 무서워해도

한 줌 냄비 속은 무서워 파르르 몸 떨며

질펀한 시장 바닥을 기어서 돌아가는

게 한 마리 갈길 멀다.

살길 찾아 해매는 시장에서 들리는

중생들 아우성에 이른 잠 깬다.

 

2009.08.06 13:57 남해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리내1)   (0) 2009.08.07
땡볕   (0) 2009.08.06
패랭이꽃  (0) 2009.08.05
배롱나무  (0) 2009.07.28
비슬산  (0) 2009.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