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
겨울에 옷이 없다.
죽은 듯이 삭풍을 안고 산다.
알몸으로 노숙자 신세다.
개 잡을 때 털 다 태운 나체였다.
비정규직으로 길가에서
주어진 연륜 쌓이고 신산한 삶이 지났는데,
못난 비아냥 자조하며 네 세상 어디쯤에 와 서 있는가?
네비게이션으로 찍어볼까
지나온 세월의 무게와 빛깔로 풍년 기약하며
가지럽히면 얼마쯤은 가늠할 수 있다.
가련한 족속 혼자 레이스 달린 꽃잎을
연서처럼 바람에 날린다.
돌보는 이 없는 외로움을 바람에게 호소한다.
스스로 청백리 지조
도다리 비늘 같은 꽃망울에 담고
하늘에 단 홍동같이 길 밝힌다.
한 세상 짐 풀고 해가 뜨고
별 흐르는 새벽길에도
부끄러운 듯 꽃잎처럼 또 하루가 열리면
네 안에도 그 길이 있지만
여름이 떠나면 배롱나무는 혼자 서러워 운다.
2009.07.28 20:25 남해읍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