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

책향1 2009. 7. 28. 20:25

배롱나무


 


겨울에 옷이 없다.

죽은 듯이 삭풍을 안고 산다.

알몸으로 노숙자 신세다.

개 잡을 때 털 다 태운 나체였다.

 

비정규직으로 길가에서 
주어진 연륜 쌓이고 신산한 삶이 지났는데,
못난 비아냥 자조하며 네 세상 어디쯤에 와 서 있는가?

네비게이션으로 찍어볼까

 

지나온 세월의 무게와 빛깔로 풍년 기약하며 
가지럽히면 얼마쯤은 가늠할 수 있다.

 

가련한 족속 혼자 레이스 달린 꽃잎을
연서처럼 바람에 날린다.
돌보는 이 없는 외로움을 바람에게 호소한다.

 

스스로  청백리  지조
도다리 비늘 같은 꽃망울에 담고

하늘에 단 홍동같이 길 밝힌다.


한 세상 짐 풀고 해가 뜨고
별 흐르는 새벽길에도
부끄러운 듯 꽃잎처럼 또 하루가 열리면
네 안에도 그 길이 있지만

여름이 떠나면 배롱나무는 혼자 서러워 운다.

 

2009.07.28 20:25 남해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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