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

책향1 2009. 7. 20. 11:00

비슬산

 

시골 흙벽에 색바랜 국회의원이 준 달력에

그가 돌기를 앞세우고 붙어 있었다.

 

산불로 정수리에서 삶의 고단함을

흰색으로 절규하다가 그는

부처님 안고 앉아 있다.

 

빨랫줄 긴 그림자 한숨 쉴 때

보리짚 타는 염천에서

그는 겨울을 예고하고 도시락곽

지게에 매게했다.

 

기슭에서 뭇인간들의 간지러움도 참고

두 선인도 일연도 품에

안았다.

 

내몰라라 하는 속물들 굽어보며 

유유히  옷깃 적시는 낙동강

앞마당 마산 들은

아직 생명줄 이어가는데

 

소란함에 잠깨는 각성

아직도 입열려 하지 않는

비슬산

 

천년의 잠 깨며

입언저리 간지러워도

언제나 넉넉한 모성으로 

그 자리에 정좌하며

대오각성하라네.

 

2009.07.20 11:00 남해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패랭이꽃  (0) 2009.08.05
배롱나무  (0) 2009.07.28
안개 낀 도성암  (0) 2009.07.19
어떤 택배  (0) 2009.07.16
멍게의 외침  (0) 2009.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