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
시골 흙벽에 색바랜 국회의원이 준 달력에
그가 돌기를 앞세우고 붙어 있었다.
산불로 정수리에서 삶의 고단함을
흰색으로 절규하다가 그는
부처님 안고 앉아 있다.
빨랫줄 긴 그림자 한숨 쉴 때
보리짚 타는 염천에서
그는 겨울을 예고하고 도시락곽
지게에 매게했다.
기슭에서 뭇인간들의 간지러움도 참고
두 선인도 일연도 품에
안았다.
내몰라라 하는 속물들 굽어보며
유유히 옷깃 적시는 낙동강
앞마당 마산 들은
아직 생명줄 이어가는데
소란함에 잠깨는 각성
아직도 입열려 하지 않는
비슬산
천년의 잠 깨며
입언저리 간지러워도
언제나 넉넉한 모성으로
그 자리에 정좌하며
대오각성하라네.
2009.07.20 11:00 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