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향의 세상읽기

저작권 위반과 어떤 전화

책향1 2009. 7. 23. 16:57

저작권 위반과 어떤 전화


어제 밤 자정 넘어 “번호정보 없음”으로 전화가 오더니 출근 길 버스 안에서도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았다. 사무실에 도착하여 자리에 앉자말자 일반 전화 벨이 울렸다. 어떤 중후하고 교양 있게 들리는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대뜸 저작권 위반을 들먹였다. 짐작이 갔다. 얼마 전 필자의 블로그 방명록에 장문의 글을 올린 분이다.

방명록의 글 내용은 (필자의 글이) 자신의 글을 베끼고, 짜깁기 했으므로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하겠다는 내용이었다.

 80편의 필자 칼럼이 지역 인터넷 신문에 게시된 사실을 발견하고 작년 12월 8일 저작권 위반 혐의로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 한 사실이 문뜩 떠올랐다. 그 사실 때문에 죄값(?)을 톡톡히  치르는구나 하고 지레 걱정이 되었다.

이 고소건은 지역의 지인들이나 사법 기관 인사들의 충고와 당사자들의 사죄로 취하하고 말았다. 이태 한 번도 남을 고발 한 적이 없던 필자가 사실 마음의 부담이 되었다. 그러므로 고발하기 직전 언론사 대표에게 여러 차례 정중하게 삭제할 것을 통보하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알리며 필자 자신의 마음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실무적인 문제를 알리기 위함이다. 사실 사진이나 음원 등 극히 제한적인 부분 즉 피아노 연주곡 등을 제외하고 옮겨서 인터넷 즉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 올리는 것은 저작권 위반이 맞다. 글은 일반 시사적인 단순 사건 보도 기사 정도를 옮기는 것은 저작권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칼럼 등 자신의 의도나 사상이 가미 된 것을 옮기면 저작권 위반이다.

필자의 경우 제목과 글 내용이 다른 것을 무조건 자신의 글을 짜깁기 했다고 우기며 험악한 말을 하고 전화까지 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목과 주제가 다른 글을 보고 단순히 문장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저작권 위반 운운하며 고소한다면 참 얼척이 없다.

주제와 글 내용  중 비슷한 감상적인 표현은 자신도 모르게 글에 포함이 되기도 한다. 글을 많이 적다보면 어디서 읽어 본 경험을 다 기억하기도 힘들고 자신의 글인지 남의 글인지 헛갈리는 경우도 많이 있다.

자신의 글이 최고라는 불필요한 자부심으로 남의 글을 몰아세우기는 의외로 쉽고 그럴 경우 자신만의 논리로 편집성을 보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경우가 필자에게 발생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필자의 경우 마냥 미안하다고 했다. 너무 편집성을 보이는 분에게 할 말을 다한다는 것은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 될게 뻔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필자의 잘못이나 짜깁기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끄럽게 하지 않기 위함이다.

그래서 지난 휴일 필자는 곰곰이 생각하고 난 후의 결론은 무대응이다. 다 아시는 바와 같이 글이 비슷하다고 해서 저작권 위반이 성립되지 않는다. 다만 법률적인 이전에 양심 문제이다.

글을 도절하여 옮기는 것은 법적인 문제보다 도의적인 문제를 법률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것은 분명 저작권 보호가 강화되고 나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전문적으로 사진 등을 퍼간 사람에게 알바를 고용하고 변호사를 동원하여 고소 고발을 직업적으로 하는 부류가 생겼다. 저작권을 보호하고 타인의 명예를 존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법을 이용한 무차별적인 대응은 아름다운 사회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의 정서에 반하는 야만 행위이다.

사진이나 음원에서 초등학생 30만원 중고등생 50만원 대학생 150만원 일반인 300만원이라는 합의금은 이미 정형화 되어 있다.  고소를 당하면 형사범이고 친고죄인 관계로 당사자간 합의가 되지 않으면 결국은 벌금을 물어야 하므로 전과 기록되는 그 벌금형보다는 합의를 하는 것이 유리하므로 일부 인사들은 고발을 직업적으로 하는 부류가 있다. 이런 불합리한 경우를 방지하는 경우로  고소당한 네티즌들은 경찰서로부터 출석요구서를 받았고 그 부모들은 자녀들을 전과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터무니없는 합의금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 한 경찰서가 경범죄에 적용하는 즉결심판제도를 활용하거나 1년간 기소를 유예하는 결정을 하고 있다.

이는 전과자 양산이라는 사회적인 부작용과 무분별한 법의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대전 중부경찰서는 노래 한 곡을 블로그에 불법 다운로드했다 고소당한 18살 김 모 양에 대해 법원에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조사를 맡은 경찰 내부에서도 매년 수만 건에 달하는 저작권 사건 때문에

정작 중요한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하지 못하고 법무법인의 돈벌이에 이용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즉결심판에 의할 경우 선고 가능한 벌금액의 상한이 20만원이고, 전과나 수사 자료가 남지 않을 뿐 아니라

피해정도와 불법성에 대한 법원의 공정한 판단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법무법인에 정작 저작권 수입보다 많은 고액 합의금을 주는 대신 합당한 금액의 벌금을 국가에 납부하게 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필자에게 전화를 건 여성분은 자기 자신만의 생각으로 충분히 고발대상이 된다고 쉽게 판단했을지 모르지만 천부당한 발상이다. 주제와 대상이 같은 글에 비슷한 문체가 있다고 저작권 위반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필자의 글인 “두 혀의 공방”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그 표절에 대한 판단이 전문가들도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유명인들의 표절의혹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은 판국에 글 표현이 비슷하다고 너무 쉽게 고발 운운하는 작태가 법률적인 지식을 과대 해석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09.03.03 14:30 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