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향의 세상읽기

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에서 있었던 일

책향1 2009. 7. 25. 11:20

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에서 있었던 일


어제 퇴근 후 남해 탈 공연 예술촌(촌장 김흥우)에서 열리는 구운몽2010 퍼포먼스 관람을 위해서 갔다. 구운몽은 알려진 대로 서포 김만중 선생의 소설이다. 이것을 은사이신 김흥우 교수께서 거리극 스타일의 퍼포먼스로 만들어 공연했다. 우천인 관계로 실내 무대를 이용했지만 다양한 소품준비나 출연자들의 열정이 넘치는 무대였다.

소설 내용대로 상징을 곁들인 축약된 내용으로 한껏 관람객들의 흥미를 유도 했고 지역에서 문화행사인 점을 인정하더라도 훌륭한 내용과 준비가 찬사를 받을 만 했다.

이 퍼포먼스의 연출자는 유성균씨이고 출연자는 상명대학과 연극학과 학생들로 구성되었고 모두 자비 출연이라는 특징이 있다.

구운몽은 중선 중기 전형적인 양반 사회의 사상과 이상을 표현한 고전이다. 양반문학에서 대중(평민)문학으로 전이되는 과도기적 작품으로 예의 권선징악적인 작품이다. 현실이 꿈으로 꿈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환상적인 몽환세계를 그린 작품으로 효시라 할 만하다. 구운몽의 구는 성진과 팔선녀를 의미하고 꿈과 현실을 넘나들며 일장춘몽과 인생의 덧없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줄거리는 당나라 시절 천축국(현재의 인도)에서 고승 육관대사가 중국에 와서 절을 세우고 강론 중 제자가 성진이었다. 성진은 고승의 심부름으로 용궁에 가고 대접을 잘 받고 돌아왔다. 선물로 보물과 팔선녀가 대사에게 보내졌다. 선녀와 성진이 서로를 희롱하고 그 죄로 지옥에 떨어진 성진은 양소유로, 팔선녀도 환생한다. 승상의 벼슬에 오른 양소유는 부인 둘과 여섯 첩을 거느리고 산다.

세월이 흐른 다음 벼슬에서 물러난 양소유가 여생을 즐기던 중 뒷산에 올라다가 문득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고 이 때 만난 노승이 불도에 귀의할 것을 권유하며 짚고 온 지팡이를 두드리자 말자 성진의 현실은 사라지고 백팔염주를 걸치고 머리를 깍은 머리를 한 성진 자신만 남았다. 지금까지의 부귀영화가 한갓 하룻밤 꿈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꿈을 깬 성진과 팔선녀는 황망히 대사를 찾아 엎드리고 제자가 되기를 간청했다. 이후 도를 닦은 성진과 팔선녀는 극락세계에 갔다.

소설의 줄거리를 축약하여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 퍼포먼스에서 구운몽의 사실성과 우수성을 잘 표현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의욕과 열정이 없으면 이루기 힘든 작품으로 문학적인 향기가 솔솔 묻어났다.

하지만 이와 달리 예술촌 관람객이 데리고 온 4~5살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전시장에서 뛰어다니다 넘어져 이마가 찢어지는 사고가 있었다. 물론 사고 등을 대비한 폐쇄회로가 설치되어있어 다행이었지만 그 어린이 보호자의 사고 책임과 배상 요구는 행사의 의의를 반감시켰다. 병원을 다녀온 부부는 예술촌 담당자에게 심한 항의를 했고 법적 조치 등을 운운했다. 그러나 부부의 서슬 퍼런 엄포와는 달리 어린이를 자제시켜야 할 보호자는 자신들의 과실이 많았다. 반면  행정 잘못을 탓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모습은 보기가 민망했다. 관리자도 관람객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잘못을 나무랄 수가 없다. 

사안이 발생하면 우선 그 원인과 잘잘못을 따져보면 모두 이해 할만 한 일이지만 자식만 애지중지하는 모습이었다. 사고 방지를 위해 관리자들이 만전을 기해야 함은 당연하고 자식에 대한 사랑을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지만 공공건물에 와서 전체 분위기를 해치는 몰이해는 지양돼야 할 일이다. 다시 한번 공적인 질서와 예의를 생각하고 돌아오는 길에서 왠지 모를  씁쓰레 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2009.07.25 11:20 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