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자꽃 향기
치자 꽃을 지나치면 화장품 냄새가 난다. 오늘 이 곳의 상징은
일부러 코밑을 간지럽힌다. 지나다 보면 마누라 체취와는
다른 화장품이 줄지어 서 있었다.
처연함이 지나친 흰색은 그 많은 갈등으로 지친 몸을 스스로 표한다.
소복한 향이 이 곳 사람의 무한 인내를 일부러 표하더라.
아이구 맘 아파라. 누군가 알아주랴. 자신의 아픔을 다 헤아리기도
전에 길손에 알리기 힘들다. 뒤 안에서 햇볕이 그리운 양 노을처럼
번져간 백색 정열은 붉은 색으로 타오는 정염보다 차라리 강렬한 혼백이리라.
난 싫다. 어머니 혼백 같아서.
풀 벤 어머니
잡스런 냄새에 이런 향 맡을 틈이 없었다. 오늘은 가슴 떨리는 큰 사람이 그립다. 마치 어머니의 긴 여운처럼.
소꼴 냄새가 그리움에 지친 저 혼자만의 순수함의 과잉 표출.
그 싱그러운 내음에 혼미한 정신 가다듬고 여러 해 흘렀다. 혼탁한 세월 속에서 깨끗한 사랑 하나 닦아 세울 날랜 여인의 향기다. 눈부시도록 도타운 순백으로 튀어오르는 치자꽃 향기는
진한 알코올 보다 강한 저력인 순백의 아련함에 머리가 저려온다.
어쩔까 뒤 안의 치자는 옆집 처녀 젖꼭지 색이었지만.
산허리에 감돈 향기 다 가도록 낮은 곳으로 향하지만
오지 않는 벌때는 여태 여유가 없다.
누구나 소유하는
첫 사랑의 안부는 부질없다.
아직도 그 향기 잊지 못한 성욕에 난도질을 한다. 남 모르는 사연 가슴에 숨기고
살며시 내미는 체취는
휑하니 서 있던 당산나무에서 수박을 핥으며
그리던 삶은 먼 기다림으로 지쳐만 간다.
이제 돌아 갈 시간에 하얀 꽃잎에 낙서만 하고 세상을
더럽힌 대죄 변명도 못한다.
치자는 그렇게 혼자 중얼거렸다. 살포시 내려 앉은 아침이슬에게.
2009.06.17 18:50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