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서상항 일몰
서상항은 남해의 서쪽 끝이다. 이곳은 언제나 일몰은 진행형이다. 하늘과 산과 바다에 가득한 빛은 투명 유리알이다. 반짝이며 명멸함은 또 다른 생산을 의미한다. 바다의 손 데 일 만큼 붉음이 누이의 눈물로 가득 차오면 내일의 영롱함을 기약한다. 노을 속의 산은 붉은 장미속의 가시 모양이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허물어짐은 새로운 빛의 생성으로 광명을 이루지만 다시 어둠을 향하여 함몰을 반복한다. 수없이 소멸과 생성을 반복하면서도 근거도 없고 끝도 없다. 저무는 빛 알갱이들이 바다에 빠지고 시간의 끈 따라 수평선을 긋는다. 어둠은 말이 없다. 실존이 사그라지고 새로운 것을 꿈꾸기에 그림자 긴 등대는 바다만 바라본다.
빛 알갱이들은 개념과 무관하게 빨려 들어가 바다에서 녹지만 어눌하지만 바다는 익어간다.
<위사진 포털다음 카페 남해군 사랑 아이디 왕눈이 사진인용>
저문 빛이 수평선 너머에서 부처 원광을 지을 때 고요하면서도 작열한다. 그 접점은 빛과 물과 교합이요, 이글거림과 차분함의 상봉이다. 붉음이 솔찮게 회색으로 변질되고 어스름 속에서도 푸르럼으로 깨운다.
부두에서 녹이 난 선창이 보이고 빈 술병과 알루미늄 일회용 그릇에 김치가 말라붙었다.
시공이 무색한 남해 서상에서 그 빛과 시간은 같다. 저 멀리 선착장에 긴 머리 아가씨가 노을에 낙서하고 있다. 말라붙은 우렁쉥이 껍질 빛 노을은 차가움과 접하며 기력을 잃는다.
그물에 걸려 올라온 별이 늙은 태양을 대신하며 어두운 공에 빛난다. 색과 공이 일치할 때 노니는 숭어 하품하며 지나친다. 나체로 불가사리 자태 자랑은 순간 곧 흰 배 들어내며 일몰에 물들어 곧 나처럼 숨을 헐떡인다.
기러기 낮게 날며 아름다운 볼거리를 조망하지만 이제 남해 서상항에서 볼거리는 너른 바다에 유행병으로 번져간다. 어둠 속에서 한 줄기 햇살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 누군가의 가슴에 희망의 무늬가 될 것이다.
시간과 공간이 교접하여 화두를 남기며 바다를 잠재운다. 이제 돌아갈 시간 어둠이 길을 재촉하고 하늘의 불가사리 영롱함을 더하니 서상항의 회집 하나 둘 불 밝힌다.
2009.06.13 16:46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