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자귀나무

책향1 2009. 6. 30. 13:59

자귀나무


 

 

6월이면 시골길 지나는 버스 안에서도 자귀나무가 잘 보인다. 마치 겨울 소나무 가지위에 눈이 소복이 쌓인 것처럼 연한 분홍빛 꽃들이 위로만 피어 있기 때문이다. 녹음이 더해가는 시절 공작 깃털이 달린 결코 화려하지 않은 꽃들을 하늘 보고 피워낸다. 

 

 

 

마치 천상에서 연인을 기다리듯 하늘보고 언덕 빼기에 모여 있다. 수없이 갈라진 깃털로 연분홍 순정으로 부끄러워한다. 춤사위는 지나는 바람에 알리고 이제 들판에 나홀로 섰구나.

양반집 규수 방 아래에서 오늘도 다소곳이 잎새는 사랑을 한다. 오늘도 밤이슬 맞으며 부부애를 과시한다. 이불위에서도 모르는 사람의 부부애를 애원한다. 못 다한 사랑을 연분홍으로 피워내며 고운 자태로 금술 자

 

<사진출처 조인스 블로그 "草阿의 삶과 그리움" 에서 "초아"님 작품 인용>

랑에 여념없다.

6월을 기다리며 그렇게 조용히 혼자 있었던가 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전설로 그는 스스로 몸을 낮추었다. 고택에서도 벼가 땅 냄새 맡는 논가에서도. 귀족이 아님을 온몸으로 말하고 싶지만 양반 티가 난다.

새와 벌이 날아오는 법 없어도 자기희생 안으로 삼키며 외로이 혼자 꽃 피운다. 무수히 하늘 향해 존재감을 님에게 절규한다.

 

2009.06.30 13:59 남해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해요 ♡ 보물섬 ♡  (0) 2009.08.06
어머니 단상   (0) 2009.07.24
치자꽃 향기  (0) 2009.06.17
"말카다"커피  (0) 2009.06.16
남해 서상항 일몰  (0) 2009.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