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국물”에 대한 단상

책향1 2009. 1. 9. 10:40

“국물”에 대한 단상


갑자기 지우가 쓴 글에 충청도나 전라도에서 사용되는 "멀국"에  대한 글이 나와 잠시 국물에 대한 단상이 떠올랐다.

 “(떡 줄 놈은 생각도 않는데) 김치국부터 마신다”에서부터 “국물도 없다”는 말까지 국(물)에 대한 말들이 별스럽게 많다. 그만큼 우리 식단에서 국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의미다.  그런 탓으로 휴대용 밥 즉, 도시락은 발전이 좀 더디다. 

 뜨거운 국물을 마시고도 시원하다고 하고 연탄가스 중독일 때 동치미 국물을 마시는 한국인들이다.

미국 속어에는 동양인을 비하하는 대명사로 국(kook)이 쓰인다고 하니 그것 또한 한국말의 위력임에 틀림이 없다. 물론 이 말은 마시는 국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나라 이름에 붙는 "국"에서 따간 말이다.

따뜻한 국물을 유난히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기 때문에 생겨난 생긴 속담은 수가 많다.

수년 전에 일본 홋카이도 얼음 축제에서 한국 사람들이 눈 위에 가마솥을 걸어놓고 밥을 벌건 육개장에 말아 먹는 모습을 보았다. 아시겠지만 일본에서 밥을 말아먹는 것은 좀 예의에 어긋난다.

최근에 한국음식이 일본에 알려지고 나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일본 사람들이 한국음식을 생각하면 우선 벌건 국물을 연상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들과는 환경이 다르므로 음식도 당연히 다르다.

 벌건 것 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비빔밥과 설렁탕도 있다는 것을 알고 새삼스레 하는 것이 일본인들이다.

60년대 한국에 온 외국인은 김포공항에서 서울시내까지 차를 타고 오면서 맡은 인분냄새가 기억에 난다고 했다. 천연 비료를 채소를 많이 재배하던 시절 그 넓은 김포벌에 뿌려놓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80년대에는 시뻘건 국물을 들이키는 한국인들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그들에게 시뻘건 국물이 피를 연상하게 했으니 놀랄만하다.

겨울철 주당들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길거리 "오뎅"(어묵)국물이 정겹다. 80년대 초 아는 일본인에게 저게 "오뎅"이라고 하니 의아하게 쳐다봤다. 이유는 지금은 일본에서 많이 발전된 모습의 다마보코를 떠올리지만 과거 일본 오뎅 원형의 모양과 맛이 오히려 한국에 있기 때문이다. 일본식 카레 역시 원래 개발 당시의 맛은 한국에 남았고 한국에 온 나이 많은 일본인들은 추억의 맛을 맛본다고 한다.

멀국이라고 하나 “말국”이라고도 한단다. 같은 의미로 둘 다 표준어는 아니지만 표준어보다 더 쓰이기도 한다. 국물이란 의미이지만 어감이 조금 다르고 맑은 장국 같은 것을 이르는 말이다. "복지리"처럼 "지리"란 말은 멀건탕으로 순화했지만 아직  많이 쓰인다.

 학창시절 유난히 따뜻한 음식을 좋아 하는 우리나라 사람이 그 식습관을 바꾸면 어떨까 생각했다. 연료비가 유난히 많이 드는 우리나라다. 지역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대략 11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온돌에 불을 넣지 않으면 추워서 자기 힘들 정도이다.

우리보다 북부지방 사람인 러시아 사람들은 우리 겨울에 러닝셔츠 차림으로도 아무렇지 않다고 하고 작은 소주병 정도야 그냥 나발을 불어버린다. 추운지방 사람들이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은 이해가 간다.

 공식행사에 가보면 중국 사람은 맥주잔에 소주를 연거푸 7잔정도 마셔도 아무렇지도 않더라. 참고로 중국인들은 담배를 옆 사람에게 권하는 게 예의라서 담배 못 피우는 사람은 조심하는 편이 좋다.

우리나라가 비교적 추운 나라로 알려져 한국전쟁 때는 중공군의 참전이 미국 내에서 논란이 일어날 때 “중공군은 (한국의 맹추위에) 속옷 차림으로 싸울 수 있으나 미군은 그렇지 못하다”고 할 정도였다.

이 정도로 추운 나라의 음식문화는 추위에 대비하는 음식이 즐비하다. 오죽하면 임진왜란 때에 왜군이 추위 때문에 고추씨를 주머니에 넣어 와서 고추가 전래되었다고도 한다.

겨울철  뜨거운 국물 없이 밥을 먹는 것은 쉬 배가 고프고 한국인들은 속이 허전할 것이다. 매운 라면의 유행도, 김치국도, 해장국도 전부 국물이다. 어려운 시기에 따뜻한 국물이라도 먹을 수 있다면 신에게 감사해야지. 

 

2009.1.9.10.40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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