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양갱(羊羹), 그 부드러운 속살의 내력

책향1 2009. 1. 26. 16:06

양갱(羊羹), 그 부드러운 속살의 내력


양갱을 한자 뜻대로 풀이 한다면 양고기 국이다. 갱(羹)이란 말은 세시기나 차례상 차리기에 보면 나오는 한자로 국을 말한다. 순 우리말로는 단팥묵이다. 이전에는 “요캉”이라 불렸다. 이는 일본어다. 원래 한자말 양고기 국과 요캉 즉 단팥묵은 재료와 맛과 모양은 전혀 다르다. 왜 단팥묵에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음식 등에 흔히 양자가 붙은면 서양에서 들어온 물건이 많다. 따라서 서양에서 들어온 과자의 종류로 치부하기 쉬웠다. 여기서는 바다 양자가 아니다.

연평도에선가 겨울철에 물고기 박대 껍데기로 묵처럼 해먹는 것을 보았다. 박대라는 고기의 껍질도 단백질, 젤라틴이 주성분이니 푹 고아서 겨울철에 식히면 묵처럼 변하고 이걸 잘라서 간장 등에 찍어 먹으면 겨울 별미이다. 이건 마치 삶은 소머리를 식히고 눌러서 먹는 것과 그 원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

1461년 창업한 과자 회사인 일본의 스루가야(駿河屋)에서 중국에서 들어온 양갱이 절 음식이므로 팥으로 양고기를 대신하여 만든 것이다. 팥 앙금에 갈분 등을 섞어 칡으로 단맛을 냈다. 팥 앙금에 갈분은 고형화를 위해서이고  칡은 단맛 때문을 내기 위해서지만 지금의 양갱보다 훨씬 자연식이다. 설탕이 생산된 후로 설탕을 넣고, 갈분 대신 고형화가 쉬운 한천을 넣고 만든 것이 오늘날의 양갱이다.

일본 유명 소설가인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는 양갱의 미끈한 모습을 보고 ‘옥과 납석(蠟石)의 잡종’이라 표현했다. 과연 문학가다운 적절한 표현이었다. 무른 돌인 곱돌인 납석과 옥의 조합은 그 모양과 맛을 잘 나타낸 말이었다.

한자 이름과는 전혀 다른 맛과 모양이지만 과거엔 귀한 간식이었다. 중국에서 한국을 거처 일본에 전해진 것 중에 일본에서 더 발달한 것이 많이 있다. 양갱도 그 중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2009.01.26 16:06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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