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혼자 있는 시간에

책향1 2008. 11. 27. 11:13

혼자 있는 시간에


어떤 이는 혼자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한단다. 물론 혼자만의 사유도 타인과의 활발한 교유만큼 중요하다. 아니면 그 준비 단계일 수 있다. 현역으로 활동하는 사람이거나 공직자인 경우 절실히 필요한 것이 혼자만의 시간이다.

가끔 가을이면 인생을 반추해보기도 하는 것은 사람들의 일상이기도 하다. 활동하지 않은 시간에 혼자만의 여유는 어릴 적부터 들어온 잊어버렸지만 일일 삼성(一日三省)의 가치를 새삼 느끼기도 한다.

세상에서 혼자라면 아무런 미래가 없다.

한적하고 동떨어진 동네에서 친구도 없이 혼자만 개척해야 만 했던 주어진 인생, 혼자라는 생각은 두렵기만 하다. 그러면서 소심하고 용기 없던 마음은 언제나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

이제 연로했던 부모도 다 돌아가시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혼자만의 인생을 만들어 갔다. 외롭고 쓸쓸했던 기억들 몸서리 처지게 싫다. 그 외로움에 빠져 혼자 개척해나가는 객지 생활은 그래도 희망이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는 기회였고 인내력을 배가시키는 지름길이었다. 외롭다는 생각이 들수록 책에 매달렸고 책만 보면 뭐하냐는 비아양도 혼자의 자존심으로 깨부쉈다. 무서울 만큼의 인내력은 세상을 나만의 보편성을 합리화하고 수도 없는 몹쓸 유혹을 이기는 힘이었다.

마음은 항상 어머니 마음처럼 부드럽기를 바라지만 그래도 어차피 세상은 혼자일 수밖에 없고 나약함은 스스로를 자멸로 이끈다.

무한 인내력과 강인한 정신력이지만 못내 아쉬움은 크다. 정처 없이 떠돈 천리 객창은 이제 그만 종식시키고 싶다.

반겨줄 이 없는 고향으로 돌아가 살고 싶지만 눈앞에 보이는 일은 많다.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보다 어울림을 좋아함은 본의 아니게 중용의 길로 나서게 한다.

조용한 이 시간이 흐르면 또 아쉬운 시간이 되겠지. 추억으로 과거를 장식하기보다 남에게 한 번도 잘 해본 적이 없는 야박함에 자신을 뒤돌아보면 결국 한없이 초라한 한 점 인간이다.

그 외롭고 힘든 시기 나쁜 길로 가지 않았다면 요행이라 자위도 하지만 결국 인생은 허무함을 남긴다. 이제 맡은 업무 수행과 진리 탐구는 멈출 수가 없다. 이런 모습을 어머니라도 보시면 안 될까. 한 없이 넓은 마음만 배 푼 모성은 정작 한 알 밑거름으로 교훈을 주었지만 이제 내 자식에게도 못 베 풀고 산다.

말없이 흐르는 시간이 정녕 아쉬운 건 나만은 아닐진대 오늘 친구의 포근함이 도드라져 보인다.

오늘도 회식에 나가야 한다. 술타령은 그만 두고 싶은데 술 권하는 사회가 너무 얄밉다.

보고픔을 다 말하면 천박하겠지. 속으로 삼키는 마음을 들이키며 잠시 친구를 생각해본다.

그 그리움을 누가 다 말하리.


2008년 11월 25일 흐린 오후 남해향토역사관에서-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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