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갈예찬
젓갈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동창 카페에 음식에 대한 글을 올리니 젓갈에 대해 좀 적어 달란다. 모든 글이 그렇지만 작자의 경험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소설 『토지』는 대단하다. 해물에 대해 내륙지방 출신들은 그 지식이 빈약하다. 필자 역시 다른 점이 없다. 어릴 적의 해산물은 어머니가 5일장에서 사오던 갈치, 꽁치, 고등어, 오징어, 김, 미역 등이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면 게장이다. 게장이라면 요즘의 화려한 게장이 아니라 작은 바닷게로 담은 아주 짠 그런 게장이었다. 어머니는 경남 창녕군 이방면 출신이고 그 지역에는 늪이 많았다. 일제시대 농지로 매립하기 전에는 많은 늪이 있었다고 하고 지금도 군데군데 남은 지역에 민물메기 양식장 등이 들어 서있다. 용장벌은 가장 큰 늪이었고 우포늪은 매립하지 않은 늪이었다.
어머니는 그 인접마을 출신이다. 지금은 자연보호에 늪의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과거는 먹고사는 문제가 절박했다. 1910년생인 어머니는 어릴 적 배고픔을 용장벌에서 잡은 민물고기로 해결했다. 그래서 소 먹이러 가서 잡아온 붕어 피라미를 손수 회로 잡수는 것을 자주 보았다.
여름 철 게장은 염분 공급이나 반찬이 없을 때 짠맛으로 먹기가 좋다.
젓갈은 한국인들에게 중요한 밑반찬이다. 김치와 더불어 가장 뛰어난 저장발효식품이다.
젓갈은 원래 포도주가 탄생한 것과 마찬가지로 상하기 쉬운 어패류를 소금으로 저장하여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도록 한 데서 비롯되었다.
차츰 다양한 젓갈이 개발되면서 오늘날의 젓갈 문화를 이루었다. 특히 날이 더운 전라도지역에서는 젓갈이 중시되며 그 지역 향토음식 중에서 으뜸으로 친다. 젓갈은 각각 제철에 항아리에 담고 재료가 완전히 덮일 만큼 소금을 켜켜이 치고 꼭 봉해서 익힌다. 새우젓·멸치젓·조기젓 등은 김장을 할 때 주로 쓰고, 나머지는 양념에 무쳐 밥반찬으로 쓴다.
서산의 어리굴젓은 생굴의 명산지인 서해안 서산, 태안 지방의 굴젓이다. 그중에서도 서산의 어리굴젓이 특히 명물이다. 간월도산이 으뜸인데 이제 간월도도 섬이 아니라 방조제로 육지와 연결된 후 그 명성을 잃어가는 느낌이다.
민물 게젓은 가을에 벼를 거두어들일 때쯤 논에 있는 게를 잡아 산 것 그대로 게젓을 담근다. 게에 물을 부어서 흙물을 토해내게 한 다음에 진간장을 부어 만든다.
조기젓·멸치젓 창난젓3~4월이면 중부지방의 여러 가정에서는 조기젓을 담근다. 연평도에서 잡은 조기를 짝으로 들여다 아가미에 소금을 가득 채우고, 독 안에다 조기 한 두름에 소금 1번씩 채워 돌을 눌러서 꼭 봉하여 시원한 곳에서 삭힌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김치를 제외하고 발효 식품의 으뜸은 식해라고 본다. 학창시절 영덕 출신이 갖고 온 가자미식해 맛을 보고 충격 그 자체였다. 당시 생고기와 밥알의 조화를 상상도 못했던 때였다. 같은 한국인도 이런 판국에 외국인에게 식해맛을 보이면 어떤 반응일까 궁금해진다.
지금은 식해뿐만 아니라 게장 등이 흔해졌지만 과거보다 화려해지고 달달해졌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의 명란젓을 배워가서 지역의 명품으로 만들었다. “기무치”나 “미소시루”, “소유”처럼 언제 우리를 공격해올지 모를 일이다.
발효와 부패는 미생물이 유기물에 기생하여 인간에게 유해한 물질을 만들면 발효이고 그렇지 않으면 부패다. 일본의 기무치는 구연산으로 신맛을 가미한 것으로 발효식품과는 좀 다르다. 시어진 한국김치는 부패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일본인들의 관점이다.
일본은 우리에게 배워간 간장과 된장 제조 기법이 발전시켜 도리어 우리가 배워오는 실정이다. 아직 제대로 못 배워 간 것이 각종 젓갈이다. 일본 음식에서 젓갈을 찾기는 어렵다. 다만 그들도 멸치젓이나 새우젓과 위의 명란 젓, 해삼창자 젓(고노와다) 정도는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밑반찬 으로 자주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양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명확한 실험 결과가 없지만 콩을 예로 들면 일반적인 조리법으로는 50~75%가량의 소화 흡수율을 나타내고 두부의 경우 95%가량 된다. 된장과 간장은 85~98% 정도로 높아지는 것과 발효과정 중의 미량원소 등을 감안하면 발효식품이 건강에 좋다. 경우가 다르지만 젓갈도 이런 수치에 대입하면 비슷하지 않을까.
지역적으로 대표적인 젓갈 종류는 경인지방의 경우 조기젓, 오징어젓, 새우젓이고 충청지방은
어리굴젓, 굴젓, 꼴뚜기젓, 해피젓, 새우젓, 소라젓, 밴댕이젓, 곤쟁이젓, 꽃게젓, 박하젓, 낙지젓, 민어아가미젓, 까나리젓, 홍합젓, 멸치젓, 조기젓 등이고 강원도 지방은 명태포 식해, 서거리젓, 명란젓, 창란젓, 조개젓, 방게젓, 오징어젓, 북어방식혜, 도루묵식혜, 명란식혜, 멸치젓 등이고 경상도에서는 멸치젓, 꽁치젓, 성게젓, 대구포젓, 굴젓, 대구알젓, 호가리젓, 조기젓, 뱅어젓, 해삼창자젓, 갈치속젓, 전복젓 등이 있다.
전라도 지역은 굴젓, 고흥석화정, 돔배젓, 대합젓, 고록젓, 황석어젓, 갈치속젓, 복창자젓, 벌떡게게장, 콩게젓, 뱅어젓, 조기젓, 고노리젓, 백하젓, 민새우젓, 밴댕이젓이 있고 제주도는 자리젓, 고등어젓, 깅이젓, 멸치젓, 개웃젓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지역에서 많이 나는 수산물이 이용되었고 공히 생선을 오래 보관하여 먹을 수 있도록 한 목적이 있었다.
이곳(남해)에서 멍게젓과 전어밤젓이라 가장 특이하다 할 만하다. 육지지방과는 달리 당연히 다양한 젓갈 종류가 있다. 이 중에서 전어밤젓은 전어 내장 중에 담낭인 암갈색의 밤이라 불리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젓으로 만든 것인데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고 약간 씁쓰름하다. 하지만 그 맛이 일품이다. 필자도 간혹 주점에 가면 이것을 주문해서 밥을 한 공기 먹는 경우가 있다. 요즘은 전어 밤으로만 젓을 담기에는 너무 양이 적어 내장도 이용한다. 멍게젓으로 비빔밥을 개발하여 팔기도 한다.
2009.1.14.10.41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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