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향의 세상읽기

한국과 일본음식의 특질

책향1 2008. 12. 20. 12:06

한국과 일본음식의 특질


우리 음식이 식약 동원이라는 말은 일본에서도 인정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음식이 최근 세계의 주목을 받는 것은 건강식이라는 의미이다. 서양인들을 집에 초대해 식사를 하면 거의 자연 상태의 반찬에 놀라는 모습을 본다. 즉 작은 생선을 말리거나 쪄서 통째 먹는 모습에 충격을 받는 모습이다. 과거 우리 음식이 시뻘건 육개장을 먼저 떠올리던 광경과는 좀 다른 모습이다. 새삼 우리 음식의 진가를 발견한 사람은 차라리 외국인들일 지 모른다. 지금도 보통의 일본인이라면 한국음식을 말해보라면 원색의 김치나 육개장을 떠올리기 쉽다.

육개장을 비롯한 국물이 많은 음식 즉, 탕이나 국 종류가 많은 것은 단연 우리나라의 추위 때문이다. 추운 날씨에 따뜻한 국물은 온몸을 데우고 포만감을 준다.

사실 우리 음식이 전체적으로 도시락으로 적당하지 않은 구석이 있다. 그 이유는 바로 국물이 많은 음식 탓이다. 따라서 이북에서 밥곽이라는 말을 제외하면 도시락이라는 말이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이유이다. 해방 이후 일본어 벤또에 해당하는 말로 도시락을 만들어 냈다.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이 수많은 종류의 일본 도시락에 놀라워한다. 여행 중의 그 맛도 일품이어서 그런대로 일본의 맛을 느끼기에 좋다.

한국인들이 일본 음식을 말하면 우선 초밥인 스시가 연상되고 그 외 정갈함과 라면 정도가 아닐까. 수업중인 교수가 학생들에게 중국 요리를 말해보라니 고작 자장면이라고 대답했다. 자장면 또한 중국음식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거의 한국적인 음식으로 변한지 오래다. 음식도 문화의 일종이고 문화는 환경의 제배를 받는다. 그런 만큼 우리의 음식은 생선 위주의 일본과 고기 위주의 중국의 중간형으로 보인다. 화려한 중국음식과 아기자기한 일본음식의 중간적인 성격에 소박하며 투박하게 보일지라도 어느나라 음식도 따라오지 못할 건강식이다. 마치 수수하지만 곰삭힌 맛이 나는듯한 도자기도 그러하다.

정갈함과 아기자기함은 일본음식이 상징적이다.

근본적인 한국과 일본음식의 차이는 필자는 복잡미와 단순미로 대별할 수 있다. 즉, 김치와 다꾸앙을 대비해보면 배추와 각종 양념이 들어간 김치와 단순하게 색소와 식초 등이 들어간 다꾸앙이 그 맛을 상징한다. 주된 원재료인 배추 맛보다 양념 맛 나아가 손맛이 가미된 복잡다양한 맛의 김치와 무맛이 살아있는 다꾸앙이다.

한국 초밥집에 일본인들을 데려가서 문제가 뭔지 물어보면 초밥에 고추냉이(와사비)가 너무 많이 들어있다고 지적한다. 아마 이건 한국의 초밥집은 일본인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므로 한국인 취향에 맞춘 결과이다. 한국인들은 회를 먹어도 된장이나 초고추장과 마늘, 풋고추까지 곁들여 상추 잎에 싸먹는 습관이 있다. 이를 보고 일본인들은 쌈안에 든 고기가 무슨 고기인지 구별이 어렵겠다고 한다. 사실 맞는 말이다. 회의 기본적인 맛을 보려면 초고추장보다도 간장에 찍어 먹는 것이 옳다. 그기에 다른 것을 곁들이면 생선 자체의 맛은 반감한다. 초밥 등이 주식인 일본인들은 그 생선 자체의 맛을 즐기므로 고추냉이를 적게 넣지만 비린 맛을 제거하기 위한 한국인들은 여러 채소와 함께 먹는 복잡미라 할 수 있다. 과연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솔로 연주와 같은 맛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김치와 다꾸앙에서 대비되는 맛이 회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하는 현상이다. 이 뿐만 아니라 우리의 된장국과 일본의 미소시루를 대비하면 그런 점이 더 분명해진다. 해물이나 고기등과 함께 끓이는 한국된장국과 파만 썰어 넣은 미소시루는 너무 간단하다. 특유의 냄새 때문에 국적기의 항공식에도 미소시루를 내고 있지만 끓는 물에 간단한 스틱을 찢어 풀고 파만 썰어 넣은 미소시루는 너무 간단하다.

구운 김을 일본인들은 원재료 자체의 맛을 느끼기에 충분하게 김 그대로 굽는다. 한국에서는 김 위에다 기름을 바른다. 이 때 김 자체의 맛보다 기름맛이 더 강하다.

이제 우리 음식도 세계화에 나서고 있다. 복잡한 식재료는 건강에는 그만이다. 여러 영양이 들어 있는 김치와 무의 영양 밖에 없는 다꾸앙이다. 김 자체의 영향보다 기름을 바른 김은 훨씬 영양분이 많고 섭취에 도움이 된다.

다양한 맛과 함께 여러 영양을 한꺼번에 섭취할 수 있는 것은 한국 음식이다. 물론 가공 방법이 너무 복잡한 점이 문제이지만 차츰 개선되어 가는 경향이다. 비교적 요리 절차와 만드는 방법이 복잡하지만 여러 영양을 한꺼번에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 곧 우리 음식의 장점이다.

조상들의 식약동원이라는 혜안이 놀랍다.

 

2008년 12월 20일 12시작성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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