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수) 오후 6시 다소 난해한 제목의 "대화와 하모니" 연주가 남해군국제탈공연예술촌 다초실험극장에서 아름다운 선율을 선보였다. 음악에 문외한이지만 필자가 이런 훌륭한 연주회가 경남 남해에서 있다는 사실 자체도 2일전에 알았다. 그만큼 홍보가 부족했다는 의미이다.
사실 고급 문화를 접하기 힘든 지방에서 이런 연주회는 가족들이 동반을 해야 하는 것이 여러 모로 좋지만 컴퓨터에만 익숙한 아이들에게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난관이 있었다. 돈주고도 어려운 관람 기회가 남해군에서 열린다는 자체가 너무 마음을 들뜨게 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미얀마, 몽골, 우즈베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에콰도르, 케냐에서 온 연주자 뿐만 아니라 악기 자체를 구경해도 영광이었다. 이름도 모를 갸느다란 선율에 필자는 고개를 끄득이며 흠뻑 빠져 보았다. 평소의 음악에 대한 심미안이 부족함에 자책하며 마냥 신비한 선율에 모든 것을 녹일 것 같던 폭염은 날아갔다.
조용필이 일본에 진출했을 때 문예춘추(분게이�슈)는 "배에서 나오는 소리"라 극찬 했다. 그들은 예의 귀여움을 강조하는 사회 정서에 적당히 조화를 이룬 가성과 미모가 판을 칠 때 조용필의 열창은 그들을 놀라게 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북한과의 관계에서 햇살정책중 "햇살"은 큰 소리가 아닌 나즈막한 소리로 이해했다. 나즈막한 소리가 더 깊은 감흥을 준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너와 나를 넘어 모두가 하나되는 세상"을 모토로 한 이 연주회에 나는 자그마한 소리에 득음할 지경이었다. 최근 독도 문제로 시끄럽지만 큰 소리가 대수는 아닐지도 모른다.자그마한 두둑(Duduk)은 우리 정서의 애처러움을 더했다. 영국인 비숍 여사는 너무나 "느리고 처량한"음조로 우리 음악을 평했지만 피날레를 장식한 아리랑을 8개국 전통 악기가 연주할 때는 그 비장함과 처연함에 50대 초반 필자의 눈에 물기가 스며 들었다. 그래서 음악을 세계 공통어라 했는가 보다며 그 감동이 이글을 적는 동안에도 여진으로 남아 있다. 감동이 글로만 주는 것이 아니고 훌륭한 음악은 강인한 목소리로 인간의 본성을 불러 일으킨다. 제3세계 국가의 전통음악은 우리에게 서구 음악에 비해 덜 알려져 있으나, 결코 단절된 것은 아니며 전혀 낯선 것도 아니다. 그들의 문화와 음악에도 독창성과 고유성이 있고, 경제발전과 현대화의 과정에서 희생된 전통적 가치에 대한 안타까움과 자긍심과 열정이 담겨져 있다. 근대화와 산업화의 과정에서 똑같은 전철을 밟았던 우리에게는 오히려 정서적으로 흡사한 점이 많이 있고 왠지 그들의 멜로디가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 번 공연에는 전인평 중앙대 교수가 예술감독을 맡았고 작곡가 조원행이 아리랑을 편곡했다. 젊은 국악, 즐거운 국악을 이끌어 갈 ‘앙상블 y'가 아리랑 합주에 함께했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접할 수 없는 제3세계의 전통음악과 악기들을 한 자리에서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미지의 발견에 발걸음을 재촉하듯 문화 탐험가의 모험심을 자극한다.
이 공연은 이미 국립극장에서 6월 5일 있었다.자매결연 관계인 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의 세계문화동반자 초청에 의해 이루어 져 한여름밤의 폭염을 날려버렸다. 200여석의 다초실험극장이 만석이 되고 외부 장치에 의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된 점과 손님맞이에 세세한 점은 새로 출발한 제42대 정현태군수의 문화마인드 수준을 가늠하게 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다만 연주중 일부 관객의 프레쉬를 터뜨리는 사진 촬영은 눈에 거슬렸다.
수준 높은 공연 기회로 남해군민들의 문화 욕구를 다소나마 채워준 관계자 여러분께 고마울 뿐이다. 많은 문화적인 사업으로 대한민국 문화 중심이 남해가 되고 잘 사는 남해의 진면목을 앞으로 영원히 보여주길 바란다. 새로 출발한 문화 예술팀의 감성과 열정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멀리 지방까지 공연을 준비한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책향의 세상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들놈과 함께한 바다이야기 (0) | 2008.07.30 |
---|---|
낭만 "아이스께끼" 장사의 여름나기 (0) | 2008.07.28 |
상주은모래비치(상주해수욕장)kbs 노래자랑모습 (0) | 2008.07.12 |
축제와 선거 (0) | 2008.05.12 |
"오류" 투성이 남해군 홍보물 구경하기 (0) | 2008.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