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절묘한 황금분할, 박근혜의 승리

책향1 2008. 4. 10. 10:02

절묘한 분활, 박근혜의 승리

 

지역구도가 되살아나며 아무 연대가 없던 국민들이 개인적으로 서로 짠듯 기가막힌 구도를 연출했다. '선거의 여인’ 이라 불리지만 별다른 선거 활동도 없는 가운데 한나라 안팎에 친박 50석 가량이 당선되었다. 

 <사진1> 친박연대 홈페이지에서 인용.선거용 홍보 영상.

 

 한나라당이 당초 기대했던 '절대 안정' 의석엔 미치지 못함에 따라 향후 정국의 캐스팅 보트는 결국 박근혜 전 대표가 쥐게 되었다.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며 쏘아붙인 박 전 대표의 한마디 속엔 '정권 동반자' 약속, 지분배려에 대한 암묵적 규율을 지키지 않은 이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응축돼 있었다.

박 전 대표의 분노가 아니어도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벌인 자아도취형 권력놀음은 선거를 집권세력 내부의 권력쟁투에 가두는 효과를 냈다. 한나라당의 '엉터리 공천'이 쟁점 아닌 쟁점으로 선거판을 점령하면서 이후 선거 과정에선 오로지 '이명박에 대한 박근혜의 투쟁'만 나부끼게 됐다는 것이다. 일부에서 박근혜의 "저주"라고 부르며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한지도 모르며 도피처를 마련하고 있다.

<사진2> 필자사진. 2004년 4월 12일 경남 남해에서 붕대 감은 손으로 박희태의원의 지원유세중.



친박연대는 비례대표를 포함해 14석, 친박 성향 무소속 후보는 전국적으로 모두 13명이 당선됐다. 이들만으로도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하다. 당내의 친박 성향 당선자도 25명가량으로 분석된다. 결국 당 안팎의 친박 당선자들 숫자는 50명을 넘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보기에 따라 다르지만 친박연대나 친박 무소속이 후보자를 내지 못한 지역의 한나라당 당선자들을 보라. 아니면 역대 진보세력의 텃밭인 서울에서의 이재오 낙선과 사천의 강기갑 당선을 보면 은둔하는 박근혜의 힘은 대단하다.

 

배신자들의 말로를 보고 싶은 심정은 누구에게나 있었고, 그 대부분은 성공했다. 박사모는 총선을 앞두고 이재오, 이방호, 박형준, 김희정, 전여옥 의원 등 5인을 낙선대상자로 선정했으며, 이 가운데 전여옥 의원만 겨우 살아남았다. 이중에서 무명에 가까운 김희정(부산 연제)이 5인 가운데 든 점은 좀 의아하지만 그가 박희태의원과 친분관계를 유지했다는 점 때문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박희태의원이 5인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었으나 그가 공천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그와 친분이 있고 지난 총선에서 무명으로 박근혜의 절대적인 영향력으로 당선된 뒤 철저한 친이로 변신한 김희정의 행보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사진3>김용갑의원 자서전출판기념식에서-출처 박사모 홈페이지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당선자들에 대해 "그분들 참 고생이 많으셨는데…. 당선을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에 대해 "당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는 그는 복당 문제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든든한 세력과 함께 캐스팅보트까지 얻게 된 박 전 대표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당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내에선 당장 7월 전당대회에 당대표 출마설이 제기된다. "도망자" 강재섭대표가 원외로 남아 미래가 불투명하게 됐고, 강력한 당권 도전 후보이던 이재오·이방호 의원이 낙선한 마당에 "당 대표감은 박 전 대표뿐"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측근들 중에서도 출마를 권하는 이들이 있다. 친박연대 홍사덕 (대구 서을) 당선자와 친박 무소속 김무성 (부산 남을) 당선자는 이미 박 전 대표 중심의 정계개편을 주장하며 박 전 대표의 출마를 종용했다.

<사진4> 박근혜 선거공보 사진. 출처 박근혜의원 홈페이지.

 

 실제로 박 전 대표가 당권을 다시 쥐게 된다면 탈당한 친박 인사들의 복당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복당 자체는 큰 이슈가 아니다. 어차피 그의 위력이 실증된 상황하에서 급할 것이 없고 서두르면 비난이 따를 수도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로선 박근혜는 당대표로 출마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비록 당 안팎에 50여 명의 우군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당내에선 비주류"라며  욕 들어먹기 십상인 여당 대표에 나서는 것이 현실적으로 크게 도움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박 전 대표가 당분간 상황을 주시하며 친박 인사들의 복당 문제 해결을 위한 목소리를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하나의 변수는 대운하 추진 문제다. 박 전 대표는 이미 수차례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친박 인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만일 이 대통령이 여대야소 국회를 통해 대운하 추진을 밀어붙이려 한다면 당장 박근혜부터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또다시 이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에 빠질 수도 있다.

 <사진5> 박근혜 홈페이지에서 인용. 박근혜 전대표의 홍보사진.

 

이대통령과 불편한 관계는 사실상 이대통령이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측근들의 공천횡포에 많은 경고성 발언을 애써 무시하며 강행된 총선에서 결과는 거여의 무단 질주를 방지하고 박근혜에게 힘을 실리게 했다. 결과적으로 공정한 공천이라 우기던 공천당사자에서 스스로 실업자의 길로 접어던 당사자들은 공교롭게도 자신들의 낙선도 예상못한 우둔함을 보이고 보는 이에게는 속 시원함을 선사했다. 결국 대중들의 숨겨진 심리인 "거만한자에 대한 굴복하는 모습"인 쾌락을 선물했다.

 

선거전  한나라당 내부에서 박근혜에 대한 포용과 당정분리를 요구한 양심세력이 있었지만 거친 공천 횡포 물결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일부 자파 의원에게 힘싣기를 한 이 대통령은 자신이 의도 했던 않했던 간에 절묘한 구도에 승복하며 순응해야 한다.

 <사진6>유세중 어린이와 인사하는 박근혜. 박사모 홈페이지에서 인용.

 

제3자의 눈에서도 불필요한 '박근혜자르기'는 무리로 보였고 결국 애써 무시하고 싶던 박근혜의 입지만 도리어 넓혀준 셈이다. 승자의 포용은 아름답지만 잠재해있는 박근혜의 힘을 무시하며 간신들의 입장만 두둔하다가 결국은 우려대로 공천 잘못을 자인한 결과로 나타났다. 즉, 공천 당사자이며 실세인 이재오, 이방호, 정종복 등의 낙선은 한나당 공천 결과가 엉터리였음을 공인하는 기회가 이번 총선이었다. 또 한 번 박근혜의 능력을 검증한 좋은 기회였고 MB 자신에 대한 불신감만 높혀준 결과다. 역으로 박근혜가 영남과 충청 일원을 다니며 지원유세를 했을 경우를 가정해보면 이명박 정권의 허장성쇠가 그대로 노정되었을 것이다. 

 

당선인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존하는 박근혜의 힘을 재인식하는 기회이기 바란다.

 

2008.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