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낙선한 김희정의원

책향1 2008. 4. 11. 08:56

 

낙선한 김희정(金姬廷.34)의원은 사실 어지럽고 황량한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보기 힘든 깨끗한 정치인이다. 그와 필자는 필자가 거주하는 경남 남해에서 2004년 총선 전  이 지역 출신 박희태의원의 한나라당 청년당원 발대식에 참가한 모습을 본 적밖에 없는 관계이다. 그의 이번 낙선 소식에 필자가 한마디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그는 누가 뭐래도 청렴성을 갖춘 때묻지 않은 정치인이라는 이유이다.

 

17대 최연소 의원으로 국회 의원동산에서 이례적으로 야외결혼식을 올린 화제의 인물이기도 하다. 당시 중국을 방문 중이던 박근혜 특사도  "결혼식에 불참해 미안하지만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말을 전했다.

필자는 MB처럼 승자 의식에 도취하여 패자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을 하고자 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그리고 김의원 자신의 정치적 스승격인 박희태 의원 역시 직설적인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여 김의원이 본받을 만하다. 다만 필자는 처음으로 남해에서 자연인 김희정을 본 이미지와는 너무 차이가 나는 김의원의 행보로 놀란 가슴을 쓸어 안고 이 글을 쓴다. 

 

2005년 5월 13일 박사모 홈페이지에 올린 김의원의 글에 

 

제게 올해는 유난히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망설이다 망설이다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한 일이며
선거에 나선일,
구청장, 시의원 2분 핸드폰 번호 달랑 들고 지역구에 처음 내디뎠을 때의 기억
탄핵폭풍으로 주변사람들을 걱정시켰던 일
(박근혜 대표님 덕분에 기사회생하고) 

 

이런 내용이 있고


같은 박사모 홈피 게시판에 이번 선거 후 "았싸~ 부산에서 김희정 떨어지고 친박연대 당선! ", "어린나이에 국회의원 되었다가 이리저리 방방 뛰다가 암것도 모르고 날뛰더니, 이명박에 줄서서 어렵게 공천 따낸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도 있다. 또 "경축 김희정 등 낙선" 등 이런 류의 글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단순하게 보면 박사모 회원인 김의원은 총선 직전 KBS토론에서 "박근혜를 지지한 적 없다"는  발언으로 박사모 회원들의 질타를 받았고 그 결과 낙선 대상으로 거론되기에 이르렀고 결국 낙선했다.

 

김의원이 주는 교훈은 단순히 박사모의 평가와는 달리 자신의 글 내용처럼 순수한 열정으로 빛났던 그의 의정활동이 정치적인 의도로 오염된 사실이다. 젊음괴 패기로 국회내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는 주역으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잘못된 공천에 편승해 일부 여론을 잘못 읽은 댓가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결과로 그의 한계로 보인다.한나라당의 디지털 위원장과 정보위 소속으로 "문자메시지 10원도 아깝다"던 패기는 사라져 버렸다.

 

특히 김의원에게 충고를 할 만한 박희태의원의 의향이 짙게 깔려 있다면 김의원의 오산에는 위의 여러 비난성 글 뿐만 아니라 정치 신인답지않은 처신이 자신의 길을 가로막았다고 할 수 있다.

 

김의원이 낙선한 마당에 여러 감회가 있을 수 있다. 김의원 자신만의 생각보다는 비록 비난성 글이라도 참고를 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

 

2004년 총선에서 탄핵 열풍이 분 결과 특히 김의원과 같은 정치 신인은 누구도 당선을 장담 할 수 없었다. 특히 김의원보다 훨씬 지명도가 높던 당시 4선이던 남해의 박의원의 경우에도 당선이 불확실하여 퉁퉁부은 한 손을 붕대로 감은 박근혜의 지원유세로 여론이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한 점을 벌써 잊은 듯하다. 박희태의원이 이런 상황이었지만 정치 신인으로 거의 무명인사에 불과한 김희정의원의 당선을 자신의 능력으로 탓으로 돌린 오만함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박희태 의원의 충고에 순진하게 그냥 넘어간 경우이다. 이는 그럴 수도 있다. 다선의원으로 적이 없는 박의원을 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의원 역시 한나라당의 대선 경선과정에 박근혜와는 반대편에 서는 바람에  박근혜 지지자들의 "배신자"라는 평가가 있고, 당내 박의원 지지의원 자르기가 성행 했으므로 김의원의 공천 자체는 의외였다고 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김의원이 어떤 언론 기사를 잘못 읽은 탓으로 공천 탈락자로 인식하며 경남에서의 "박의원지지자 자르기"의 일환으로 여겨 왔을 정도이지만 오독한 결과였다.

 

우리 나라 정치 상황이 극단적인 성향으로의 변신은 용서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김의원은 너무간과했다. 일련의 박사모에 올린 김의원 본인의 글 내용과 이번 총선에서의 성향이 상충하여 유권자들에게 정체성이 모호함은 물론 과거와 달리 박근혜의 지원유세가 없는 상황하에서 자신의 정치적인 욕망을 이루기 위한 철저한 배신으로 비춰지고 아이러니하게도 상대인 친박연대 후보의 당선으로 스스로 증명했을 뿐이다.  

 

박희태 의원이 직설적이지 않은 화법으로 적이 없다는 평이 오래 되었지만 이명박 캠프로 옮긴 후 배신자라는 소리까지 듣는 판국에 무명에 가까운 김의원의 경우 현란하게 보이는 변신이 안타까울 뿐이다. 지나친 변신은 그에 따르는 정체성의 혼란을 수반하고 정치적인 반대자의 양산은 필연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