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돌이와 올드보이
각당의 공천을 앞둔 요즘 이 말 처럼 국회의원들의 성향이나 현실을 유효적절이 표현말은 없을 것이다. 대칭적인 의미가 내표된 이 말들은 번뜩이는 해학이 놀랍다. 올드보이란 이 말은 탄돌이와는 달리 다선 고령의원을 말한다. 이방호 사무국장의 30% 물갈이 설과 더불어 한나라당의 구태 이미지를 벗어나려면 골드보이들의 공천탈락을 주장하기도 한다. 강성보수로 자타가 인정하던 창녕의 김용갑의원의 불출마 선언도 당내의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올드보이는 2003년의 최민식 주연 박찬욱 감독의 동명 영화제목을 패러디한 것이지만 일제 영어인 골드미스나 골드보이란 말의 영향도 무시할 수가 없다.한나라당의 올드 보이는 65세 이상으로 선수가 5선 이상인 사람을 말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의원은 이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 박희태 의원, 김덕룡 의원 등이다. 한나라당 내 최다선인 5선 의원 4명과 4선 의원 3명 전원이 개혁 공천의 시대정신을 외면하고 전원 공천을 신청해 당이 물갈이에 전혀 뜻이 없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실 ‘올드보이’ 7명 가운데 5명이 65세 이상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모두 당내 세대교체 바람을 피해 ‘생존’한다고 해도 일부는 본선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들의 경험은 나라 운영에 꼭 필요하다. 올드보이로 비난만 하기에는 박희태의원의 경우는 자질이 너무 아깝다. 6선으로 지역을 빛낼 인물이 될 절호의 기회를 잃지 말기를 기대한다. 경제계에서 올드보이는 개발독재시절의 원로들을 말하지만 한승수 국무총리 내정자도 '5공 올드보이'로 불린다. 돌아온 올드보이들의 역할이 긍정적이면 노통처럼 코드인사로 비아냥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난 22일 ‘4.9 총선’ 공천심사와 관련, CBS라디오에 출연한 홍준표의원은“새로운 한나라당을 위해서 ‘올드보이’들은 한 발짝 물러서 주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공천심사위원을 역임했던 홍 의원은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았기 때문에 그 사이에 고생했다고 해서 거기에 대한 보답 차원으로 좀 더 (국회의원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된다”면서 “지난 2004년에도 소위 선배들이 대거 은퇴하는 바람에 한나라당이 탄핵에도 불구하고 개혁 공천을 할 수 있었다”면서 “그래서 우리가 121석을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승적 견지에서 (대상자들이) 결단을 내려주시는 게 지금 공천심사하는 분들한테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도 했다. 항구는 ‘떠남과 돌아옴’이다. 떠났던 이들의 ‘귀환’이 잦은 것은 목포가 항구이기 때문일까. 영원한 DJ의 남자인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리틀 DJ’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4월의 목포를 차지하기 위해 두 사람이 돌아왔다. 항구인 목포 지역구에서의 민주당 거물끼리의 경쟁을 '돌아온 올드보이'라 했다.
'탄돌이'는 2006년 12월 1일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사용한 신조어로 주 의원은 "탄돌이들이 노사모보다 더 나쁘다"고 주장, 당시에는 의원답지 못한 적절치 못한 용어 사용이라고 빈축을 산 바 있다. 2004년 제17대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의 전신)은 소위 ‘탄돌이’라고 불리는 초선 의원 108명을 당선시켰다. 이들이 비교적 당선되어 그들을 희화화한 이말은 지금 그들의 처지를 보면 청와대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때와는 사뭇 다르다. 기고 만장의 극치로 보인 운동권노래 제창은 그들이 지금의 처지를 제대로 예상못했을 때이다.
그 탄돌이들이 대부분 이당 저당을 거치다 이제 대통합민주당에서 국민들의 눈치를 보는 처지로 전락햇다. 마치 쉽게 번돈이 쉽게 나가는 것 처럼 이들의 쉬운 당선으로 인한 그들의 가벼운 행보가 이제 심판을 받을 때가 도래했다.
야전에서의 어려운 점을 조금 늦게나마 깨달을 수 있을 지와 코드정치에 순치된 그들이 얼마나 자생력이 있을지는 이번 총선 결과가 시금석이다. 실용을 중요시 하는 이명박 정권이 올드보이들의 노하우를 잘 접목시켜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 한다면 나무랄 일만은 아니다. 올드보이들이 탄돌이와 같은 기고만장은 최소한 보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고 그들의 경험과 연륜을 믿고싶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노무현이라는 ‘정치 신제품’의 문제는, 그가 검증되지 않은 불안정한 신인이었다는 점이다.
인권 변호사 출신 청문회 반짝 스타라는 포장 외에 실력과 인품, 경륜이 증명되지 않았던 것이다. 탄핵 사태로 급부상한 386 정치인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는 ‘새것이 자동적으로 좋은 것은 아님’을 입증하는 명백한 반면교사가 아닐 수 없다. 정치인이나 정치 지망생의 자질을 판단할 때 화려한 젊음이나 참신함 같은 겉모습보다 경륜 능력 일관성 책임윤리를 점검해야 하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적과 동지 등 흑백논리가 확연한 한국 정치의 수준을 격상시킬 수 있는 원숙한 올드보이가 정말 필요한 곳이 정치 영역이다. 갈등과 대립을 넘어 통합의 시대를 열기 위해서도 여러 정파와 시민들로부터 함께 사랑받는 정치인으로는 신제품 '탄돌이'들은 이미 함량부족이 증명되었지만 이제 "맹돌이"들이 출현되었다.
공(公)보다 사(私)를 앞세우는 노추(老醜)를 보일 때 올드보이는 설자리를 잃을 것이고 ‘오래된 것이 아름답다(old is beautiful)’는 말은 빈말이 된다. 정이 가는 오래된 존재가 주위에 많을 때 삶은 따뜻해지고, 존경할 수 있는 어른이 있어야 공동체가 안정된다. 그냥 빛나는 젊음과는 달리 삶의 온갖 풍상을 통과한 인격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혜로운 경륜은 비로소 빛이 난다.
정치 영역에서도 ‘오래된 것이 좋은 것’이라 말할 수 있는 날이 와야 한다. 구관이 명관이 될 수 있다. 맹돌이가 인터넷에서 조어 능력 과시로만 끝날지 또 다른 시험이 우리앞에 놓여있다. 한나당에 대한 높은 지지율로 인해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인식 속에 또다른 의미의 탄돌이 즉 "맹돌이"의 횡행을 경계한다.
2008.2.28.9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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