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향의 세상읽기

남해군 상주 달집태우기

책향1 2008. 2. 21. 22:26

 

그 희미한 추억의 실마리를 부여잡고

 

장년층들 가슴에는 어떤 보름달이 뜰까? 도시 출신들은 제대로 접해보지

못한 시골 겨울의 황량함과 처연한 풍경에 어머니 품안같은 따스함이 묻어

나오는 은은하고 감성어린 빛일게다. 부끄러워 하듯 동산 위에 떠오르는

둥근달을 보고 연신 빌고 빌던 어머니의 소망을 느끼기도 전에 따라 빌던

뜻모르던 소망이 가슴에 새록새록하다. 어린 가슴에 감성을 키워주신

어머니는 언제나 둥근 달만큼 가슴에서 떠 오른다.

낮엔 짚단 위에 앉아 주워온 깡통에 못으로 구멍을 뚫다 서툰 망치질로

엄지손가락을 부여 매던 기억은 한편의 흑백영화다. 설 지나고 보름까지

흰두루막에 망건을 쓴 어른들이  집안에서나 동네 골목길에서 만나면

경건하게 서로 인사하는 모습에서 명절임을 실감했다. 핸드폰 문자

메시지가 오면 알려주는 초승달이 있는 작은 배경 그림 하나에서 그

시절의 정취가 묻어나는 것은 그립기만한 그 시절의 분위기를 느낄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도시인에게의 달은 '서울의 달'이고 판잣집 봉창으로 스물스물 기어들어

오는 달빛은 망향심을 자극하는 '슬픈 소나타'였다. 

제12회 상주해맞이 축제가 보름인 2월21일 오후 6시부터 상주은모래비치

(상주해수욕장)에서 상주면연합청년회 주최로 많은 주민과 관광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겨울바다의 묘미를 더해 주는  남해의

바다와 휘영청 둥근 달은 훌륭한 관광 주제이다. 여기에 옛 것을 느낄

 수 있다면 겨울 여행의 의미에  희망을 덧칠할 수 있다. 상주달맞이축제는

지역특색과 함께 잊혀진 민속전통문화를 이어가는소박한 주민들의 염원과

한해 액운을 물리치는 지신밟기, 사물놀이, 농악공연은 주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지는 행사로 전국적인 축제로 자리 잡을 야심찬 계획이다.

 섬마을만이 갖고 있는 향토색 짙은 전통민속 행사, 다함께 느끼고

남해만이 갖고 있는 축제로 특성화가 성공의 열쇠이다.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귀밝이술과 떡국 등 보름음식을 무료로 시식할 수도

있었다. 누구나 어울릴 수 있는 대동제로 가족과 함께 윷놀이, 널뛰기,

 쥐불놀이도 체험할 수 있다. 필자도  떡국 한 그릇으로 추위를 달랬다.

관광객 및 주민들이 새해소망이 담긴 소지문을 달집 주위에 달아 소원을

 빌고 달집과 함께 태워 액을 몰아내고 달집태우기 와 모두의 무병장수를

비는 기원제가 열린다. 

남해군의 정월대보름 행사는 오전11시에 있는 용왕제인 화계마을 배선대,

당산제와 조산제가 있는  오후2시의 선구마을의 줄끗기, 덕신마을의

덕신줄끗기 등 소중한 문화 자산인 마을 공동체놀이가 명맥이  잘 유지 

보존되는 고장이다.

 

아래 사진 : '만장'을 연상시키는 식전 대기중인 풍물대 깃발. 

 

아래사진: 저마다의 액운을 날려보내기도하고 새로운 희망을 주는

웅장(?)한 달집모습.

주위에 소지문들이 많이 달려있다. 어마어마한 크기다. 동서로 문이

있고 보이는 문은 동문이다. 생각보다 금방 다 타버리지 않게 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아래 사진: 달집 주위를 돌며 풍성함과 소원을 비는 농악대.

 

 아래사진: 가정의 안녕 등을 기원하는 소지문 모습.

 

아래사진: 잠시 바로 옆 바닷가 모래위에 새겨진 푸른 파도의 흔적.

파도는 저 멀리 가도 이렇게 기다림에 지친듯 그 상처를 보담은 모래는

한 시간 후 또 바닷물에 잠겼다.

 

아래사진: 물결무늬 위로 추억을 아로새긴 흔적들.

 

아래 사진: 막간을 이용해 찍은 종려나무 모습. 객지(?)추위에 온 것을

붙잡고 놔주지 않는다.

정성스레 입힌 옷이 인상적이다.

 

 

아래 사진: 개회식이 끝나고 살풀이를 하고 있지만 텅 비어버린

내빈석 모습. 절대로 관중석이 아니다. 지역의 기관장,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해서 이 자리를 다 채울 때는 관중수보다  많았다.

정치인,기관장 등은 소개말씀이 끝나자 말자 우루루 몰려나가고 

을씨년스럽게 의자들만 남았다. 아직 날씨가 춥기 전이다. 얼마 안되는

관중들은 그대로 찬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아래 사진: 달집 태우는 모습. 활활 타오르는 달집은 달이 떠오르는 시각에

태워야 제격인데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가수들의 노래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시간 이상 후에 불길이 당겨졌다.

 그 사이 낮과 달리 쌀쌀한 한기에 프라스틱 의자 위에 앉은 관객들은

오들오들 떨었다.

 "영상마루" 등 일부 사물놀이 팀을 비롯한 국악 팀은 의외의 음악성이

 놀라웠지만 대중 가수들의 지루한 홍보성 멘트는 식상하리 만큼

길었다. 

 

아래 사진: 탈집 태우는 모습. 훨훨 타오르는 정념 만큼 새해 모든 꿈이

이루어 지리라..

 

새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남해 상주로 가서 대보름달을 보며 우리들의

기원을 담은 소지를 올리며 한해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해 보는 것도

소중한 문화체험이 되고 옛 것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되살리는 기회

이다. 쥐불놀이, 돌싸움 한번 해보고 싶다. 이런 추억도 없는 요즘

아이들은 그냥 컴퓨터만이 추억으로 정서가 될까 봐 걱정이다.

 

 

 

 *2008.2.21.21시 작성,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