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향의 세상읽기

동아시아 축구중계용어 유감

책향1 2008. 2. 17. 18:32
 

동아시아 축구중계용어 유감


말로 먹고산다는 아나운서들이 제대로 된 한글 교육을 받았는지 가끔 의아하다.17일 동아시아 축구대회 한-중경기를 중계중 mbc 아나운서는 계속해서 “충칭올림픽스포츠 센타” 또는 “타치아웃”,"센링"이라  발음하여 인텔리들의 집단이란 방송국 근무자로서는 자질이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오직 이 중계에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지만 부적절한 용어를 개인적으로 편안하게  방송에서 하는 것은 꼴불견이다. 특히 일반인들의 일상 대화도 아니고 국민들의 국어 순화나 올바른 언어 사용을 선도해야 할 아나운서가 방송에서 발음에 조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방송언어의 정확한 사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시다시피 “센타”라고 하는 것은 당연히 센터로 쓰고 발음해야 한다. 이와 비슷한 예로 “골키파”가 아니라 골키퍼라고 해야 옳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센타”와 “콜키파”라고 발음하는 것은 발음이 용이하다는 이유도 있으나 일본어 냄새가 많이 난다. 일본어에서 “터”자나 “퍼”자의 발음이 어렵다. 따라서 일본의 경우 일반적으로  "ㅏ“(er)음으로 표기나 발음을 한다. 야구 중계를 들어보면 일본어 한 자도 모를 성 싶은 해설자들이 ”스라이다“, ”케챠“,”피챠“로 발음하는 것은 모두 같은 경우이다. 또 흔히 방송에서 들리는 길이를 말하는 단위 ”메다“는 해방 전에 쓰던 일본어 찌꺼기로 지금은"메토루"라 읽고 쓰지만 우리말에서는 미터로 발음해야 한다. 최근의  방송사와 프로그램마다 다른 말이 "센치"(cm)이다. 교과서에는 센티미터로 정상적으로 표기하겠지만 언어생활을 주도하는 방송의 어떤 프로그램에서는 '센치"라 하고 어떤 곳에서는 센티라고 발음하므로 혼란이 생기고 있다. 이 또한 "센치"는 일본어의 영향이고 니코틴을 "니코친"으로 발음하는 것과 동일한 경우이다. 중계에서 잘못된 발음을 계속 듣고 있노라면 선수들의 선전모습과는 달리 짜증이 난다. 과거 방송국 자체적으로 방송언어 순화와 옳바른 표현을 위한 지침서가 있었다. 내용 중 일부 기억나는 내용은 ”흐려있다”는 표현은 사용하지 말 것을 제시했지만 20여년이 지난 현재도 줄 창 사용하고 있다. “어느 지역이 흐려있다”는 말은 그냥 ”흐리다“라 표현하면 될 것을 굳이 ”흐려있다“고 한다. 이 말은 ”도토리 키재기“처럼 일본어를 직역해서 생긴 말이다. 일본어에서 흐려지다라는 의미의 くもる (曇る)는 자동사이고 くもっている는 말 그대로 ”흐려져 있다“라는 현재형이다. 우리말의 흐리다는 형용사로 동사로 쓸 경우 ”흐려지다“라고 해야 옳고 방송의 경우 ”흐려져 있다“, "흐리다"라고 해야 타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상캐스터들은 줄기차게 ”**지방 흐려있습니다“라고 방송하고 있다. 비슷한 사례로 닮다는 말을 "닮아있다"로 말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닮다는 말이 동사이긴 해도 "닮아 있다"는  "닮았다"로 하면 될 것을 굳이 "닮아있다"고 하는 것은 일본어의 닮다는 의미의 にる (似る)의 진행형인 닮았다 즉 "닮아져 있다"란 뜻의 にている를 흉내내는 듯하다. 
  이렇게 하는 것이 꼭 유식한 표현인지는 알 길이 없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반인들이 어색한 표현들이 일본어에서 왔다는 것도 알지 못하는 사이 방송 등을 통해 널리 유포되어 습관이 되고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가 없고 그 잘못의 대부분은 방송국과 아나운서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중2때 국어선생님은 효과를 읽을 때 "효꽈"로 즉 '과"를 된소리로 발음하면 안된다고 했다. 세심한 선생님의 지도였지만 당시에는 그 이유를 잘 몰랐다. 효과(效果)라는 한자 단어 자체가 일본제이고  일본어 발음이 된소리이므로 닮지마라는 말씀이었다. 이런 세심한 언어교육이 있었지만 전국민이 듣는 방송에서  남용되는 일본어투 발음은 아무리 인내력을 발휘해도 듣기가 거북하다.

 

2008.2.17.18시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