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향의 세상읽기

가을의 중간에 서서

책향1 2007. 7. 12. 08:46
가을의 중간에 서서

일상적으로 일에 파묻혀 살다보면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땐 문뜩 창문 너머로 보이는 나뭇잎의 색깔 변화로 가을을 느끼고는 자신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경우도 있다. 그 나뭇잎의 화려한 변화에서 지나간 무더웠던 여름과 다가올 추운 겨울을 함께 느낀다. 너무나 뜨거운 햇살을 피해 그늘을 찾아다니던 모습이 이제는 담벼락의 햇살을 그리워하고 있다.
시기로 보면 늦가을 같은 장년이 된 지금 소슬하게 부는 바람에 기대어 알지 못할 아쉬움에 가만히 눈을 감는다. 먼 산조차 바라볼 시간 없이 바쁘게 지나온 지난 날 내가 선택했던 일들은 옳은 선택이었는지 또 그 일들은 잘되어 가는지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심려는 끼치지 않았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이 계절의 힘은 누구도 막지 못할 것이다.
전반적으로 사회의 변혁에 따른 갈등으로 이해관계가 상충하여 많은 불협화음이 들려온다. 서로의 의견에 대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하며 나오는 소음에 가깝다. 하나의 의견이 또 다른 의견 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논리를 내세우지 못하는 한 나은 면은 있을지 몰라도 완전히 옳은 일은 아닐 터이지만 일부에선 확성기를 두르고, 인터넷 게시판을 온통 도배하면서 까지 자신들의 논리 전파에 혈안이 된 경우도 종종 목도한다.
사회의 발전이 기존 제도의 단점을 보완하며 새로운 제도의 선택을 통하여 이루어진다고 볼 때 또 하나의 선택은 채택되지 않은 것들이 갖는 의미까지 포괄적으로 함축하면 좋을 것이다. 역사적인 선택에서도 언제나 그 선택이 올바른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면 대립하는 다양한 의견들을 경청해야 하는 당위성은 당연한 요구 사항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지난 여름의 열기가 대지를 달구었지만 큰 자연재해 없이 비교적 조화롭게 마무리 된 점은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지역의 관광 발전을 위해 일선에서 일하는 우리들이 지역 경제 활성화의 일꾼이라 생각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한 결과는 상생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준 듯한 일로 자부심을 가져도 될만하다.
지역에 대한 열정만으로 마음먹은 대로 다하지 못한 아쉬움과 누가 뭐래도 묵묵히 걸어온 길에 대한 미련으로 이번 가을은 유난히도 어수선하다. 지금 내가 향유하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의미에는 포기하고 선택했던 그 어떤 것들에 대한 의미까지 묻어있음을 느낀다.
고향의 향기로운 유자향기 맡으며 어떤 시인의 말처럼 붉게 물든 단풍 속 오솔길에서 사람이 덜 다닌 길을 택하는 것도 결코 외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 물감을 뿌린 듯한 아름다운 가을의 중간에 서서 가지 못한 길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배려로 동반된 선택의 지혜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스포츠파크에서 보는 저녁노을을 감상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일상 상념에서 벗어나게 하고 지난 일을 생각하는 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깊어져 가는 가을의 석양은 들판 곡식의 잘 익은 기운들을 도시로 날려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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