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넘어 휘적휘적 걷더라도
언젠가 오른 경주 남산의 천룡사지는 큰 맷돌이 산비탈에 조는 듯 누워 있고 초석은 자갈처럼 흩어져 있었다. 대웅전 앞에 있었던 귀부는 민가 마당에서 시위를 했다. 대발에 널어둔 감 껍질은 유난히 햇살이 맑던 그 해 가을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익어가는 가을빛과 어울린 감빛은 평이 하면서도 강렬한 빛으로 다가와 젊은 시절의 사사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항상 감성으로 인도를 했고, 삶의 허기를 채우려 했다. 사소한 충격하나로 평생을 짧은 글로 긴 여운을 꿈꾸며 삶을 채우려 했지만 알 수 없는 갈증으로 우리는 길을 떠난다. 버리고 떠난다는 것은 곧 자기답게 사는 것이다. 낡은 생각으로부터 벗어나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아무리 가난해도 마음이 있는 한 나눌 것은 있다. 마음을 나눌 때 물질적인 것은 스스로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크고 멋지고 화려한 것을 좇는 탐욕의 마음이 아니라 작고 보잘 것 없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내는 마음이며, 탐하는 대로 달아나는 마음을 잡는 게 행복의 지름길이다.
삶 자체가 만행이라지만 알 수 없는 우리는 산으로 그 무엇을 채우러 떠날 곳을 찾아 나선다. 아무리 삶의 허전함을 채우려 하고 불력이 낭랑해도 소나무 사이로 부는 소슬 바람은 여전히 허허롭다. 울력을 채우려는 끝없는 마음공부에 덧없는 세월이 마냥 아쉬운가 보다.
오늘 하루도 평정심을 안고 간다. 서로를 끌어안는 황홀함과 포근함으로 채워진 일상에서 보는 처마 끝에 걸린 시린 마음은 여울을 향해 헤엄쳐 가는데 오늘도 그대는 달빛 속에서 한줄 시에 걸어 놓은 처연한 아름다움을 이렇게 보듬어 안고 있다. 소리 없이 피어나 먼 데까지 향기를 날리는 한 송이의 꽃처럼 그대는 만나는 이들에게 기쁨의 향기 전하는 꽃담은 고운 마음으로 살아 왔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언제나 마음을 곱게 가꾸려 애쓰고 때로는 침묵과 미소로 말할 줄 알기에 늘 따뜻한 가슴과 순수한 열정으로 하루를 채워가기 때문이다. 마음에 오롯이 새기는 말씀이 그리운 시공에 내 마음 내려놓는 글과 말로 세상의 징검다리 삼는 정렬이 부럽다. 그리움의 결정체로 진솔한 삶이 묻어나오는 조탁된 언어들 그 순수함이 빛날 순간이 있으리라. 여운까지 다 들리는 마음으로 듣는 소리로 나지막하게 들려오고 그것은 평범 속의 비범이며, 평온한 비범한 삶을 그리워하는 자태이다. 사랑 또한 달리 있지 않고 곤한 마음을 긍휼히 여기는 것이기에 그대 존재한다. 한 순간 보잘 것 없던 마른 감 껍질이 내뿜던 강렬한 이미지로 나에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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