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海縣 正史’ 유감
최근 군정 소식지의 제작비 과다지출 논란이 증폭되는 와중에 ‘南海縣 正史’ 라는 제호의 책이 발간되었다. 이 지역에 관한 좋은 책이 많이 나오는 것은 누구나 반길 일이다. 제대로 된 지역의 역사를 보고 싶은 것은 일반인들의 염원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대별해서 두 가지가 심각한 문제성을 내포하고 있다. 일견 지역의 언론에서 ‘역작’이라고도 하고, “국가가 공식적으로 편찬한 기록들”이므로 ‘正史’란 제목을 사용했다고 한다. 출판의 정당성을 갖추려면 공신력 있는 학술 단체에 의뢰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이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어떤 시인은 대입 수험생들에게 넘어져 봐야 일어 설 줄도 안다고 했지만 이 경우는 실수가 용인되고 관례적으로 보기에는 문제성이 심각하다. 첫째 출판 비용이 보는 시각에 따라 과다하게 보인다. 총출판비가 천2백만 원 가량이 지급되었는데 단행본의 출판 비용이 어떤 해명에도 불구하고 지나치다. 일반적으로 150쪽 분량의 1,000권인 시집의 총출판비용은 300만 원 정도이다. 당연히 지역과 출판사 사정에 따른 많은 편차를 보이기도 한다. 이런 점을 이용해 편차의 상한가를 적용하고 견적내용에서 적당히 어느 정도 할인하여 지불하는 경우 서류상 아무런 하자가 없을 것이고 도리어 일견 타당할 수 있겠지만 아무리 아전인수 격 해명으로 일관해도 결과적으로 지나친 과다 지출을 했음은 감출 수가 없다. 그렇지만 하드카바(양장본) 비용으로 권당 3천원이 계상된 것을 보면 너무하다. 근래에 발행된 어느 면지의 경우 940쪽 분량이지만 하드카바 비용이 권당 천5백 원 가량임을 대조해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단지 카바 제작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탓으로 제작원가가 천차만별이기도 하지만 이런 점을 이용해서 최고 높은 가격으로 계상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실무자가 견적서를 두 업체에서 받아보았다고는 하나 실질적으로 실물 시장의 제작 원가를 제대로 파악도 하지 않고 단순히 업무상 견적서를 받는 것은 문제발생시 면피용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점은 과거에 발행된 ‘花田史硏究’가 연구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는 같은 실무자가 좀 더 자신의 일처럼 생각지 않았거나 다른 의도가 있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 필자의 이러한 지적도 모험을 감수해야 할 만큼 담당 실무자나 학예사의 의기양양한 지나친 변명은 도리어 의혹을 불러 올 수가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자신의 본분을 일탈한 옹호는 일반인의 지적을 우습게 아는 듯한 모습이다. 지적을 하는 일반인은 일자무식꾼이고 듣는 담당자가 천재가 아닌 이상 정당한 지적을 조금은 참고로 하는 자세를 보고 싶다. 필자의 적당한 지적에 감히 자신들에게 도전하는 발칙한 군민 정도로 보거나 “다음에 보자”, “오류 부분을 적어내라”는 식의 말은 군민을 적대시하는 협박투이고 직업적으로 괴상한 우월감의 발로로 보인다. 둘째 책 내용이다. 사료집(史料輯)이라 할 만한 내용에 정사(正史)를 붙인 점도 의아하다. 물론 서두에서 인용한 바와 같은 이유로 제목을 정했다면 명백한 오류다. 일반적으로 정사라 하면 야사의 반대 개념으로 이해하기 쉽고 또 정사라 하면 대내외적으로 남해현 역사의 기본적인 텍스트로 활용할 정도의 내용이 돼야하지만 사료(史料)를 모아 둔 것에 불과하다. 내용을 보면 8쪽 삼국사기에 대한 설명 중 10째 줄 “13-28은 백제본기”는 고구려 백제 본기라 해야 옳다. 16째줄 “중국의 (사기:史記)”를 본받아 썼기 때문에 사대주의적 내용이 깃들여져 있으며” 부분도 삼국사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많은 가운데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10쪽 전야산군의 설치 부분 전체가 13쪽에 같은 내용이 중복되어 있다. 분류제목을 7쪽의 1.삼국사기, 11쪽의 2.삼국사기지리지로, 31쪽 고려사와 15쪽 고려사 지리지로, 43쪽 세종실록과 71쪽 세종실록지리지로 분류하는 바람에 마치 두 제목의 책이 별도로 있는 것처럼 오인하게 한다. 그리고 원문부분에서 오류를 살펴보면 21쪽의 고려사절요 우왕 9년 5월초 원문 중 첫째 줄 “僅四十七隻”과 셋째 줄 “ 二十隻大至 ”, 일곱째와 여덟째 줄의 척(隻)으로 읽은 부분은 모두 원문 한자와 다르다. 본디 글자는 뜻은 같지만 음이 다른 소(艘) 자(字)이다. 50쪽 원문 셋째 줄 “監司申商界” 끝자 계(界)는 아뢴다는 의미의 계(啓)가 맞다. 최근의 군정소식지 제작비 과다 계상 논란 속에서 ‘南海縣 正史’가 남해 역사의 ‘경전’이 되기는커녕 후학들에게 잘못된 ‘관례’가 될까 두려울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