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원원사지(遠願寺址)
그 가을 원원사지 숨결을 느낀다
금당의 우람한 사묘들 친견하듯
부서진 석등 위의 조락은 여전한데
무시로 떨어지는 솔방울이 가슴을 치고
장대석 사례치는 그 너머 한 때의 영화
눈물이 마른자리 뼈마디가 저려온다
옥개석 사이로 불어온 소슬바람
엉성한 흙 계단에 늙은 잎들만 쌓여
시한부 붉은 염증이나마 염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