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공(舍利孔)의 편지

책향1 2019. 10. 26. 14:59

사리공(舍利孔)의 편지

 

오랜 비바람에도 숨어서 늙어간들

잊혀지지 않음은 썩지 않다는 말

얼마나 잔인한가 늙어간 그리움 하나

 

잘 생긴 탑이 무너진 채 배를 들어내고

차오른 달빛에 조용히 소복 벗는다

말없이 인내하며 견딘 지난한 몇 백년

 

부처의 이땅에서 즈문 해 살아봐도

탱주 쓰러지고 옥개석 하늘을 봐도

늦가을 스산한 바람만 그리움 대신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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