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늙은 가방
과거가 멈춘 손때 절은 손잡이
잡다한 물건 속 새근새근 잠잔다
속은 게워낸 채 세월만 안고
쉽게 버리지 못하여 색은 바랬다
틀니 같은 지퍼 조악한 입을 다물고
기다란 어께 끈 무게중심 잡았다
첫 출근 기쁨을 함께한 봄바람 어디가고
퇴근길 그림자는 더 길어졌다
먼지 쌓인 가방 토막 노을에도 놀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