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나의 춘천 일과기

책향1 2018. 10. 29. 17:29

나의 춘천 일과기

2018년 10월 27일(토)
일과기라 하려니 부담스럽다. 간단한 소회라 여기고 읽으시는 분들의 양해를 구한다. 오래 다려 왔다. 호반의 도시 춘천을 가보려 한지 10년이 넘었다. 이상한 유랑벽에 이끌리고도 오래다. 드디어 기회가 왔었다. 초교 동창생의 딸 결혼식이 서울 강남에서 있었고 아는 지인의 선의의  동행이 있었다. 늘상 접하는 언론들은 막국수나 닭갈비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필자는 좀 더 다른 가을의 진수를 느끼고 싶었다. 아무래도 이곳 남해 보다는 가을이 한 발자국 먼저 내디뎠으니까. 과연 춘천 입구 고속도로에서 본 오후 햇살을 즐기는 듯 누워 있는 산이 황금색이다. 자연의 묘미는 다 글로 표현할 수가 없다. 다만 사진으로나마 그 장관을 느끼시면 다행이리라.     


아무래도 장년층은 춘천이라 하면 과거 동계 스포츠 경기가 자주 열렸던 공지천을 연상할 것이다. 확인을 해보지 않았지만 실내 빙상 경기장이 없을 때의 일이다. 우리가 과거에 사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사니 닭갈비 정도의 특별식은 맛보는 것이 관광지에 대한 약간의 예의다. 이미 춘천의 대표 관광지인 남이섬에는 문학회 관련 행사 참석차 가본 적이 있었다. 
약 5년 전에도 지인과 춘천을 방문하려다 갑자기 고향 친구의 부름으로 중도에 전철에서 내린 적이 있다. 한 마을에서 같이 자란 동무였지만 별로 반가워하지 않은 듯해서 그냥 얼굴만보고 돌아 온 씁쓸한 기억으로 남고 말았다.
그 때 가보지 못한 곳이라 더 애틋한 감정으로 남은 춘천이지만 많은 시간을 갖고 둘러보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결혼식장의 친구에게 물어보니 의암호 옆의 애니매이션 박물관 뒤편에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좋은 찻집이 3층에 있다고 하였다. 그곳을 가보니 이미 박물관은 입장시간이 끝났기에 관람은 불가했다. 주변에 좀 더 많은 부지를 확보해서 전체적인 어린이 테마 박물관으로 만들었다면 더욱 훌륭했을 것이다.
카페는 3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치킨과 음료를 함께 파는 곳이 1층에 있었다. 친구가 말한 박물관 후방에 있는 막국수집도 맛이 좋다고 알려주었으나 식당 자체를 찾지 못했다. 대신 석양에 물든 의암호는 실컷 구경했다.<아래 필자 사진. 의암호 전경>



어둠이 깔리는 박물관 뒤편에는 유난히 눈에 띄는 조각품(?)이랄까 조형물이 있다. 미술품에 대한 이해가 크게 부족한 필자가 의미를 알고 싶었지만 석판에 조그맣게 쓰여져 있어 글자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사진 출처 필자사진>



아이들에게는 동심과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고, 성인에게는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되새기며 입가에 미소를 띠게 하는 곳,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랠 수 있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춘천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의암호반을 마주하며 위치한 춘천애니메이션 박물관은 7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단일규모로는 세계최초, 국내 유일의 애니메이션을 테마로 세워진 박물관이다. 2003년 10월 1일 개관 하였으며 개관이래 연인원 17만 명을 웃도는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알려져 있다.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지만 알고 보니 소설 동백꽃의 작가 김유정선생 문학비도 호반에 있었는데 보지 못한 아쉬움을 더 한다. 김유정 선생은 갑부 집안이었으나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고향을 떠나 12세 때 서울 재동공립보통학교에 입학, 1929년에 휘문고등보통학교를 마치고 이듬해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진학했으나 중퇴하였다. 1932년에는 고향 실레마을에 금병의숙(錦屛義塾)을 세워 문맹퇴치운동을 벌이기도 하고, 금광에 손을 대기도 하였다. 1935년 단편소설 「소낙비」가 『조선일보』에, 「노다지」가 『중앙일보』의 신춘문예에 각각 당선되어 문단에 올랐다. 그뒤 후기 구인회(九人會)의 일원으로·이상(李箱) 등과 교분을 가지면서 창작활동을 하였다.
닭갈비를 먹고자 중앙로터리 인근의 맛집에 들어가서 반주 한잔을 했다. 은은하게 양념이 된 닭고기가 본향의 맛을 자랑했다. 지역에 따라 다른 상표인 소주를 맛보았다. 아무래도 남부지방인 이곳 술보다는 순하게 느껴졌고 맛이 좋았다. 





생소한 곳을 여행하는 것이 좋다. 새로운 문화의 느낌이 영원한 추억으로 바뀔 때 여행의 묘미가 절정에 달한다. 가을, 이 가을을 몸으로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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