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책향시 735
그 남자의 변명
까치실 마을 어귀 그 사네의 집
삽짝문 옆 붉은 칸나꽃들 멀리서도 다 보인다
소나무가 바람소리에 황소울음 토하면
당넘어 가는 닭 벼슬 같은 열기
아무도 모르지만
무거운 삶의 짐 한 짐 부려 놓은
여름 상처 깊은 오롯한 욕망으로
새벽에 툇마루의 홀로 소줏병도 글썽인다
서로가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밤에도 잠에서 깨어 있었다
오래된 잎이 저절로 떨어질 때까지
눈가를 자주 비볐고
가끔 저녁을 굶은 족제비가 지나갔다
우리는 아무것도 주고받지 않았어도
늘 아름다운 순간이 많았고
그때부터 이름을 몸에 파고 넣었다
차라리 말 잃고 살망정 그게 죄는 아닌 것을
가을바람에 맡긴 몸 그 바람에 차진 살맛
짐짓 너스레로 앞섶을 푸니
이거 참 시월 햇살이 팔월 땡볕이네.
2018.9.8. 13;44 북변리에서
*사진출처 필자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