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

책향1 2018. 8. 3. 18:57

 

낮달

 

그늘이 그리운 날 마트 처마에 들어선다

버려진 삼각김밥에 개미들이 아우성

붉은 플라스틱 사각 의자 사이로 서늘한 무명천 한조각

처연하게도 뜨겁지도 않은 골 패인 탁자 끝

열대야를 이룬 햇살이 불을 지핀다

 

뒤란의 에어콘 방열기가 그의 과거를 묻는데

이마에 핏줄이 돋고 창백하여 대답도 없이

다가올 몇 날을 기약하며

푸른 하늘 지나던 구름이 그의 자서전을 펼치는데

입을 연 활자들이 민들레 홀씨 되어 날아간다

잡으려 해도 끝없이 닿을 수 없는 창공

 

태양이 출근하기 전 내 이마에 핏빛으로 글을 다시 쓰리라

지팡이 들고 더듬어간 나의 과거

부잣집 달덩이니라

 

하늘에 닳은 더듬이로 나를 살찌우고.

 

*2018. 8. 3. 18; 46 북변리에서

*사진출처 ; 필자사진.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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